프레스턴 스터지스 감독의 재미있고 신랄한 로맨틱 코미디
2017-02-24 (금)
박흥진 편집위원
▶ 레이디 이브 (Lady Eve·1941) ★★★★★
카드 사기꾼 진(왼쪽)이 순진한 찰스를 유혹하고 있다.
할리웃 황금기 탁월한 풍자가로 통렬한 위트로써 미국사회의 다양한 면을 날카롭게 비판했던 감독이자 각본가인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재미있고 신랄한 로맨틱 코미디다. 성의 대결을 그린 영화로 두 주인공 역의 헨리 폰다와 바바라 스탠윅의 기막힌 콤비와 총명하고 짜릿짜릿한 대사 그리고 절묘한 타이밍과 조연진의 훌륭한 연기가 있는 보석같이 반짝거리는 흑백영화다.
백만장자 양조장 집 아들 찰스(폰다)는 모든 여자는 돈 때문에 자기를 노린다고 생각하면서 오로지 정글에 사는 희귀종 파충류 연구에만 몰두한다. 찰스는 브라질 여행 후 귀국 여객선에 오르는데 여기서 카드 사기꾼 부녀 해리(찰스 코번)와 진(스탠윅)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항로가 급커브를 튼다.
두 부녀는 아이처럼 순진한 찰스의 껍데기를 벗기기로 하고 사기 카드게임으로 그를 유인하는데 찰스는 이런 줄도 모르고 아름답고 명랑한 진에게 넋을 잃고 만다. 그런데 진도 찰스를 사랑하게 되면서 찰스가 진에게 구혼한다. 그러나 찰스의 충직한 바디가드(윌리엄 디마레스트)가 진의 정체를 캐내는 바람에 실망한 찰스는 진을 떠난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른 뒤 찰스에 대한 복수를 시도하는 진은 영국 귀족처녀로 위장하고 찰스에게 접근, 자기를 몰라보는 그의 마음을 다시 빼앗아 결혼에 성공한다. 둘이 기차로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마침내 진의 복수가 시작된다. 진은 자신이 과거에 사랑했고 또 결혼했던 많은 남자들의 이름과 뜨거웠던 사랑의 행위를 줄줄이 늘어놓는데 이를 듣는 찰스의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다. 그리고 찰스는 진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한편 해리는 딸에게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하라고 종용하나 진은 자기가 찰스를 사랑한다며 이를 거절한다. 해리와 진은 다시 사기 카드게임을 위해 브라질행 여객선에 오르는데 역시 배에 탄 찰스와 진이 재회하면서 해피 엔딩.
풍자와 슬랩스틱이 잘 조화를 이룬 달콤한 영화로 찰스가 자기 머리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유혹하는 진의 육탄공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과 진이 자기 옆을 지나가는 찰스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장면 등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다. 28일 하오1시. LA카운티 뮤지엄 내 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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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