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부에 뿔난 미국 시민의 ‘복수’…동전 30만개로 세금 납부

2017-01-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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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름의 사연과 주장이 있다…”민주공화국 요체는 개방과 투명성”

지난 11일 미국 버지니아주 러셀 카운티 레버넌 자동차국(DMV) 앞에 에이브러햄 링컨 얼굴이 새겨진 1센트짜리 동전 30만 개가 실린 손수레 다섯 대가 들어섰다.

주민 닉 스태퍼드 씨가 수레를 가리키며 자동차 2대의 취득세로 받으라고 밝히자 DMY 공무원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미 버지니아의 브리스톨 헤럴드 쿠리어,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판 등에 따르면, 스태퍼드 씨가 큰 소 한 마리(680kg)보다 무거운 동전(약 725kg)을 낑낑대며 싣고 온 사연이 있다.


자수성가한 사업가인 그는 지난해 9월 성년이 된 아들에게 어릴 때부터 한 약속을 지키려 자동차를 한 대 사줬다. 자신의 새 차도 산 그는 자동차 등록을 하려다 관할 관청이 어디인지 궁금해졌다.

이곳에서 오래 살며 비닐 공장을 해오는 동안 자기 집과 공장 건물이 4채로 늘었고 2개 카운티에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인터넷에서 찾은 레바논DMV 전화번호로 전화해 어디에 등록해야 하는지를 물으려 했다. 그러나 전화는 리치먼드에 있는 콜센터로 연결됐다. 1시간 동안 전화해도 매번 "통화량이 많으니 기다려달라"는 녹음 음성만 되돌아왔다.

고심하던 그는 정보공개청구법(FOIA)에 따라 DMV 직통 전화번호를 청구해 받아냈다. 주로 기자나 시민단체 등이 활용하는 법이다. 그 번호로 전화를 걸자 DMV 공무원은 "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다"며 끊었다. 정보공개법에 의해 얻어낸 것이라고 설명해도 들은 체 하지도 않았다.

오기가 생긴 스태퍼드 씨는 다시 수도 없이 전화를 걸어 마침내 등록 관련 정보를 얻어냈다.

이후 그는 인근 카운티 DMV 9곳 전화번호 공개를 요구하고 레바넌 DMV 특정 직원 2명과 주 DMV를 상대로 처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지난 10일 법원은 소송을 기각했다. 뒤늦게 주 법무부가 그에게 전화번호를 넘겨주겠다며 재판부에 기각을 요청한 것이 받아들여져서다. 또 공공기록물 관련 법규 위반임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일축한 것으로 드러나면 500~2천 달러의 벌금을 물었어야 할 DMV나 관련 공무원들도 증거불충분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스태퍼드 씨는 정부와 법원의 태도에 허탈해졌으나 거기서 굴하지 않고 나름의 '복수'에 나섰다.


시간당 10달러씩, 총 440달러를 들여 일꾼을 고용해 은행마다 돌며 1센트짜리 동전 30만 개를 구하고, 이를 나를 작은 수레 5대를 400달러를 주고 사들였다.

소송 3건에 165달러가 들었으니 자동차 취득세 3천 달러(동전 30만 개)를 제외하고도 총 1천5달러를 들인 셈이다.

스태퍼드 씨는 "우리 공화국, 우리 민주주의의 중추는 열린 정부와 투명성이라고 생각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면서 "많은 사람이 정보공개법을 모른다는데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나머지 9개 전화번호는 필요하지 않았으나 재판관에게 내 생각이 정당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들이 날 불편하게 만들면 나도 그들을 불편하게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2009년 버지니아 주의 한 주민은 부당한 전기요금 책정에 항의해 요금 350달러를 1센트 동전으로 납부한 일이 있다.

스태퍼드가 이 소동을 벌인 자세한 내용은 LebanonDMV.com에서 볼 수 있다. 그는 이 도메인 주소를 사들였으며, 이를 입력하고 누르면 그의 비닐 공장 사이트(www.craftvinyl.com)로 연결되도록 해 '장삿속'에도 밝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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