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직

2017-01-16 (월) 정윤정 시스코 선임 프로덕트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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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시애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오며 회사를 옮겼다.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벌써 4번째 직장이다. 1 0여년 전 직장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을 때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첫 이직은 대기업에서 컨설팅 회사로의 이동이었다. 4년의 담금질 끝에 대리로 승진했지만 일이 손에 익을수록 기쁨만큼 고민도 많아졌다. 20대 중반의 나에게 익숙하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롭지 못하다는 것을 뜻했다. 이대로 정체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 끝에 이직을 결심했다.

그렇게 옮긴 컨설팅 회사는 업무 내용과 방식이 대기업과 판이했다. 그래서 경력직임에도 불구하고 맨땅에 헤딩해가며 일을 배워야 했다. 가끔 사서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에 속상할 때면 아이러니하게도 대기업에서의 안정된 (당시에는 정체되었다고 생각한) 생활이 아른거리기도 했다.


고된 컨설팅 일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서 1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당시에는 밀려들어오는 일을 처리하는데 급급해서 미처 몰랐는데, 미국 학생들과 여러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며 비로소 컨설팅 경험이 큰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이때 처음으로 이직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의 가치를 깨달았던 것 같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중간 관리자일 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철새처럼 자주 이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위험 부담이 적을 때 새로 배우고 싶은 분야나 직무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은 커리어를 풍성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특히 직급이 높을수록 경험의 깊이 못지않게 경험의 폭이 중요해지는 법이다. 신입일 때는 실행력이 매니저일 때는 판단력이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히는데 경험치가 많으면 판단의 직관력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어떤 생소한 문제가 있을 때 정답은 모르더라도 어떤 요소들을 고려하고 어떻게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최근 한국에서 청년 실업률이 10%에 육박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겠지만 한국 취업시장의 유동성이 부족한 점도 한 몫 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미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다고 느끼는 점은 한국과 반대로 취업시장이 매우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고 그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또한 사람을 뽑을 때도 해당 직무를 위한 탄탄한 내공이 있는지를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보는 편이다.

그래서 이직을 고려하는 분이 있다면 단순한 ‘직장인 사춘기’에 의한 충동적인 이동은 자제하되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내게 없는 능력을 배울 수 있으며 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분야라면 얼마든지 변화를 가져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윤정 시스코 선임 프로덕트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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