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내일은 크리스마스

2016-12-23 (금) 03:37:27 임무영(KP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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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한해가 가고 있다. 12월만 되면 사람들은 밀린 숙제라도 하듯 그동안 못만났던 사람들과의 약속을 촘촘히 잡고, 한해동안 고마웠던 마음들을 전하고자 그 어느 달보다 바쁘고 특별하게 보내는 것 같다. 1월이 시작되어 새달력에 친구나 가족들의 생일을 표시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내년 달력으로 바꿔 달아야 하다니! 허무한 마음 가득하지만, 해가 다 가기 전에 내 주위분들께 고마움을 표하고자 분주한 12월은 가장 사람다워지는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시국도 어수선하고, 경제도 힘들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어린 아이들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기다리며 조촐하게 트리장식을 하고, 밤이면 집집마다 예쁘게 장식한 불빛들이 반짝이며,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반갑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누게 되는 12월은 예쁘고도 활기차다.

한국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께 쓰는 아이들의 카드에는 십여년이 지나도록 한결같은 문장력, 틀린 철자법과 외계어(!)들이 난무하여 한번에 술술 읽히지도 않지만, 그렇게라도 아이들과 마음을 담아 카드를 봉하고 초콜릿과 함께 포장해서 우체국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하는 12월은 행복하다.


엊그제는 KPA학생 음악단체인 OPUS를 따라 봉사공연을 보고 왔다. 거창하게 큰 공연이 아니라 동네 재활센터에서 하는 작은 음악회였는데, 기말고사 공부도 제쳐두고 목소리와 악기를 챙겨 봉사공연을 나온 아이들이 기특했다.

연말이면 이런 팀들이 너무 많이 와서 식상해 하지 않을까 하던 내 우려와는 달리, 잘 듣지도 걷지도 못하는 그 분들은 마치 손주들의 재롱잔치를 보는 듯 좋아하셨다. 앙상블팀별로 짧은 연주가 끝나고 리더학생이 따뜻한 인삿말과 함께 한분 한분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전해드릴 때는 눈물이라도 흐를 듯 행복해 하는 그 분들의 모습에 서글픔이 앞섰지만, 이렇게나마 주위 외롭고 병든 분들을 찾아 위로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또한 이를 통해 내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감사할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크리스마스임을 깨닫는다.

달력으로는 한해를 마감하는 시간이지만 교회력으로는 이미 한해가 시작되었다고 보는 12월… 1년이라는 기차의 맨 앞칸에 탄 건지 맨 뒷칸에 탄 건지 살짝 헷갈리긴 해도 주위 사람들과 함께 뭔가 나눌 수 있고 그 속에서 또 한해를 살아갈 힘을 얻게 하는, 마음 풍성한 크리스마스가 나는 참 좋다.

<임무영(KPA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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