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이다. 친구가 다짜고자 나의 성격유형에 대해서 분석했다며 내 성격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친구들과 길거리에서 손금 봐주던 할아버지의 얘기에 솔깃해서 듣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너는 이렇게 행동하는 걸 보니 #9인거 같아 …” 하면서 나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내 성격과 심리에 대해 원인부터 조근조근 분석해 주는 걸 듣고 있자니 어느정도 수긍도 되었다. 그동안 ‘세상사람들이 다 내 맘 같진 않군…’ 하며 치부해 버렸던 여러 일들이 실은 그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는 그 사람들 각각의 성향 때문이었고, 그 성향이란 선천적인 것이어서 후천적으로 바뀔 수도 없다는 것이라 했다.
그리스어로 숫자 9를 뜻하는 Ennear에서 이름을 붙인 에니어그램이란 성격테스트는 고대로부터 구전으로 내려와 그 유래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중세때 그리스도교에서 전파되어 오다 현대에 와서는 심리분석법으로 연구되고 있다고 한다.
혈액형, 별자리, 또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란 책처럼 성별로 나눠 성격에 대해 단적으로 표현하기보단, 근원적 심리로부터 표출되는 다양한 성격들을 9가지로 세분화하고, 이 #1~9의 성격유형들은 원으로 이어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인 9번에게는 옆번호인 1번 또는 8번의 성향이 조금씩 섞일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 이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는 훨씬 복잡미묘해지는데, 이런 유동적인 설명이 조금은 흥미롭기도 했다.
그 후로 에니어그램이란 안경을 쓰고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자니 세상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다양하고 다른 성격들을 갖고 살아가는 것 같아 보였다. 일이 너무 쉽게 풀리면 의심부터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것에 초긍정적이다 못해 결정장애를 보이는 사람, 한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예술성에 몰입하는 사람들... 무엇보다도 그동안 이해할 수 없던 남편의 특이한 가치관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문득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자주 해주던 말이 떠올랐다. ‘모든 아이들은 다 각자의 빛깔과 모양과 저마다의 꽃을 피우는 시기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각자가 모여 조화를 이룰 때 아름다운 꽃밭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성격유형을 알아나갈수록 내가 어떤 타입인지는 점점 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여유는 생기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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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영 KPA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