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해선 칼럼] Post-Truth

2016-12-13 (화) 04:06:37 신해선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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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죽은 다음 저 세상이 있다고 믿니?”“그럼 믿지, 그래야만 우리 엄마랑 아빠랑 다시 만나 볼 수가 있을테니까...”결혼을 눈앞에 둔 젊은 남녀간의 대화다, 비록 만화의 한쪽이었지만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시울이 더워진다.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너 절대로 나보다 먼저 가면 안된다. 그리움속에 누군가를 꿈꾸며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고독한 건지 너는 아마 모를거다.” 여자가 말한다. 남자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두팔로 여자를 감싼다. 그리고는 둘이서 포근히 잠이든다. 만화,참 좋아한다. 그 나라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이민 온 우리같은 사람들한테는 선생님도 된다. 연령층을 추려 50년이상 계속 보는 신문만화 만도 5개는 넘는다. 새로운 단어도 배우게되고 무엇이 유행하고 있는지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 넌지시 알려준다. 오래 오래 전 Global Positioning System 이라는 문구도 만화에서 처음 보았다.

Xenophobia.

만화가 아닌 Dictionary.com 이 선정한 2016년도 word of the year 다. Oxford Dictionaries 는 를 뽑았다. 유럽과 북미대륙을 휩쓰는 민족정서와 사회상을 역력히 반영하는거다. Brexit 도 Trump 의 당선도 이 단어들과 사돈의 팔촌보다 훨씬 가까운 인연이 있다.


Post-Truth.

진실보다는 감성이 갑질을한다. 똑같은 거짓말이 5번만 중복되면 진실을 거의 뭉개버린다. 방금 치러진 미국의 대선 투표결과는 힐러리 클린턴이 2백만표 이상을 더 얻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클린턴을 찍은 불법투표자 2백- 3백만을 빼면 자신이 더 많이 받았다고 서슴치 않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지지자들은 이걸 열광적으로 받아들인다. Merriam-Webster 가 선정한 ‘WOTY 2016’ 은 차마 여기에 쓰지못하겠다. 반면 본국지에서 배운 단어 하나.

요즘 소설가 김서령씨의 ‘길위의 이야기’ 라는 칼럼을 읽는다. 한국일보 한국판이 나오는 날에는 꼭 읽을 수 있다. 우선 짤막해서 좋다. 메이비 500자? 그런데 잠깐만에 읽고나면 ‘이 아줌마’ 하고픈 말 전부 썼다는걸 알게된다. 뿐만 아니라 등기우편 영수증도 받아간다.

Wwoof 라는 단어를 이칼럼에서 처음 보았다. 구선생한테서 알아보니 World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 의 첫 자도 되고 Weekend Workers... 또는 Willing Workers... 라고도 쓰는데 여기에서 일하는 무보수 지원자들을 woofers 라 부른다고한다.

전세계 구석구석까지 눈을 떠 주시하고있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숙식을 해결해주는 이 wwoofer 생활과 함께 이나라 저나라를 여행삼아 다니며 각나라 풍습과 역사를 배운다. 미국에만도 2천여개가 넘는 Organic Farms 가 이기구에 등록되어있고 호주, 뉴질랜드에 가장 많은 농장이 등록되어있다고한다. ‘나에게 한시간을 준다면 언제고 어디서나 부탁하라, 그러나 10분만 준다면 최소 하루는 여유를 달라.’ 연설을 부탁받은 어느 한국 노정치가가 한말이다. 앞으로 본란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글자수를 줄이는 기술을 배워야되겠다.

<신해선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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