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소중한 인생친구 ‘엄마’

2016-12-01 (목) 06:37:04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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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좋아하는 엄마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이맘때, 빛 바랜 사진첩에서 십 여년 전 애들 졸업식 때마다 허리 곧게 펴시고 환히 웃는 엄마의 모습을 발견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올해 들어 유난히도 지인들 어머님의 부고가 많았는데, 장수하신 분들도 계셔 호상이라 말하기도 했지만 자식된 도리에서는 잘못한 것만 생각나고 좀더 잘 해드렸으면 하는 아쉬움으로 가슴아파들 하신다. 그래서인지 “ 엄마”라고 부를 때가 행복하다며 살아계실 때 잘하라고 한다. 가장 평범한 말이면서도 동시에 삶에서 중요한 진실된 말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내 자신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리라.

서양의 소크라테스는 부모공경할 줄 모르는 자를 친구로 사귀지 말라고 했듯이 세상 어디서나 다를 바가 없는 모양이다. 매주 정기적으로 상품 구입을 다니는 바쁜 딸과의 대화 를 갖기 위해 팔순이 넘으신 엄마의 아이디어로 엄마가 직접 싸신 사랑이 담긴 영양도시락을 나 눠 드시며 커다란 밴을 타고 건강하게 걸어다니시며 같이 다닌 적이 엊그제 같은데 여러번 넘어지시면서 지금은 아버지와 워커의 힘을 의지해야만 하는 모습을 뵈면 자식으로서 죄송함으로 가득하다. 함께 모시고 다녔으면, 세면대 밑에 깔개를 하나 더 놓았으면 하는 후회로 착잡해지곤 했었다.

젊은날 맏며느리로 살림을 도맡아 하셨고 그후에는 학교가 먼 수험생 자녀들의 도시락을 7개 이상씩 만들며 교육에 집중하셨고 아버지 은퇴 후에는 미국에 오셔서 손주들을 위해 시간을 다 보내신,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보통 삶을 사셨던 90세를 바라보는 엄마께서 지금은 주무시면서 가는 것이 자손들을 위한 것이라는 순수한 바람을 갖고 사신다.

지금에서야 서울시가 세계복지기구의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고 하지만 이곳은 이미 노인복지정책이 잘돼 있는 서비스로 집으로 찾아와서 도와주는 provider(이 또한 매일 찾아 뵙지 못하는 가족들을 대신해서 또하나의 가족의 일원이 되는) 프로그램이 우리 부모님들의 건강한 삶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해보기도 한다. 딸과 대화를 갖기 위해 일터로 찾아오셔서 잠시씩 머물다 가시는 엄마와 좀더 많은 시간을 가지므로 한줌의 햇살 같은 행복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가득차 오르는 것은 비단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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