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우리 모두에게 소중한 것

2016-11-30 (수) 03:50:46 김수희 KCCEB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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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영향이 채 가시지 않은 저번 주는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간 추수감사절이였다. 워낙 진흙탕 같았고 이슈화되었던 대선이기에 집으로 돌아가면 어쩔 수 없이 가족들과 나누게 될 대선 이야기가 두렵다는 주변의 불평을 많이 들었다. 자신의 집이 있는 주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는 대선 후보가 당선된 것에 배신감을 느끼며 집으로 가지 않은 친구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가족과 친구들과는 되도록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순간 엄마와 다정하게 전화통화를 하다가도 언성을 높이게 되고 친구와 다시는 보지 않고 싶어지기도 하며 예의를 지키느라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지 못해 집에 와 화병이 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일방적으로 받는 상처뿐만이 아니라 그 사이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화병을 돋울 나 자신 때문에도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피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하려고 한다.

사실 우리 모두가 이토록 정치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의견을 굽히지 않고 얼굴을 붉히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정치가 내 자신이 누군가에 그리고 무언가에 의해 통치 받게 되는 굉장히 개인적이고 소중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란 내가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 내가 이 나라에서 일하고 세금내며 살아갈 권리,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 권리, 나의 집을 지킬 권리, 내가 자유롭게 여행 다닐 권리, 나의 배우자가 법적인 나의 배우자로 인정받고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권리, 내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 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지극히도 소중하고 개인적인 일들이다.

대선 결과 하나로 모든 사람들이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 이민 신분, 성정체성, 종교, 피부색에 상관없이 안전하고 떳떳하게 존재하고 살아갈 수 있는 권리 등이 좌지우지 되고 또한 대선 결과 하나로 많은 여성들이, 이민자들이, 성소수자들이, 특정 종교인들이, 그리고 소수인종의 사람들이 매일매일을 살아가며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앞으로 그저 내 자신으로 존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소중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대선이 지난 지금도 그리고 계속해서 미래에도 우리 어린 세대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어르신 세대를 위해서 모두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우리 권리를 지켜나가는 것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김수희 KCCEB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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