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주가 지났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 사회에 대해서도 그렇고 미국에 살면서 나의 정체성에 대해서 깨닫게 된 것들이 많았으며, 또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들을 접하기도 했다. 일단 미국에서 살고있는 동양인으로서 나는 소수민족에 속하며, 여성으로서 아직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어느정도의 불이익을 감수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선 이후에 그래도 미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으면서 누렸던 자부심과 안전의식이 무너지는 순간을 느꼈다.
“히잡을 벗어라.” “다시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다 추방시킬거다.” 흑인, 히스패닉, 동양인을 포함한 유색인종, 이민자, 성소수자 등을 대상으로 인종차별 및 증오 범죄 사례가 트럼프의 당선 이후로 급증했다.
나는 처음으로 내가 이민자, 또한 왜소한 동양 여성이라는 점들이 충분히 두려워할 여건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Black Lives Matter(흑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에 동의하고 소수민족의 일원으로서 연대의식을 느끼는 나였다. 하지만 나도 그들처럼 나의 외적인 요소, 피부색과 여성이란 점, 그리고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렇게 조롱을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두려워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머리로만 생각했었지 현실이 될거라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예상 밖으로 정치를 잘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그 반면, 그는 아직 대통령에 취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실질적인 정책하나 없이 입으로만 뱉어낸 발언들과 공약들로 인한 파장은 엄청나다는 지적을 할 수 있겠다.
리더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리더가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방향제시를 하는가에 따라서 이 사회에서 형성되는 담론과 우리의 생각이 좌우된다는 것을 이 대선 결과를 통해서 명백히 볼 수 있었다. Division(분열)보다는 Diversity(다양성)를, Bigotry(편견)보다는 Tolerance(관용)를 추구하는 사회, 우리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소망하지만, 앞으로 다가올 4년 동안 그 소망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두렵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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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