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셀프 케어
2016-11-16 (수) 04:49:34
김수희
'셀프 케어’ 혹은 자신 돌봄이란 거의 2년 전 가정폭력 상담 트레이닝을 받으러 갔을 때에 익히게 된 컨셉이다.
트라우마라는 무거운 주제로 이루어지는 트레이닝이였기에 참가하는 인원들의 재트라우마와 2차 트라우마를 방지하기 위해 하루 8시간의 긴 트레이닝이 끝나고 참가인원 모두 돌아가며 오늘 집에 가서 나만을 위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한 가지를 꼭 하기로 약속했었다. 어떤 사람들은 거품목욕을 하겠다 했고, 어떤 사람들은 친구들과 놀러 가고,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나 TV 쇼를 보겠다고, 애완동물과 놀겠다는 등 다양한 셀프 케어 방침들을 이야기하곤 했다.
사실 사회의 가장 약자를 위한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다 보니 하루종일 다른 사람을 돕고 어떻게 도울 것인지 애를 태우다 보면 내가 쉬어야 할 시간을 놓치기도 하고, 나보다는 다른 사람의 감정이 먼저가 되기 일쑤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은 꼭 2년 전 배운 ‘셀프 케어’를 생각해 본다.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가야지, 오늘은 집에 가서 친구와 술도 한 잔 마시고 맛있는 한국 음식도 먹어야지 등 거창하지는 않아도 조그마한 ‘셀프 케어’를 해보려 한다.
물론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셀프 케어’ 할 시간이 없기도, 내 자신만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게 사치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또 ‘셀프 케어’를 잊어버리고 몇 주나 지나갈 때도 있다. 하지만 평상시보다 조금 더 힘들고 조금 더 지칠 때에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내 자신을 돌아보고 돌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우리 모두가 조금 더 힘을 내고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된다.
특히 지난 일주일은 예상치 못했던 대선 결과에 대선 캠페인 내내 상처를 받았을 이민자들과 소수자들의 충격이 컸던 일주일이였다. 이민자와 소수자를 위해 일하는 나이기에 또한 나 자신도 소수자이기에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 조금 힘들기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두렵기도 했다. 지난 일주일은 대선 결과에 아침 7시부터 쏟아진 걱정 가득한 일 관련 이메일들과 선거 후 웨비나와 컨퍼런스 콜에 정신없었지만 이제는 평상시보다도 조금 더 충격이 크고 힘든 요즘 나는 내 스스로를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물어보려 한다.
<
김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