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역사의식

2016-11-07 (월) 05:59:05 박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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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 분야를 공부해온 나는 고등학교 때는 물론 대학 시절에도 시사와 정치는 관심이 없었다. 현재 내 삶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역사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요즘 역사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들의 사회, 정치적 분열과 전쟁에 대한 뉴스들을 접하다 보니 지금의 상황을 만든 역사적인 배경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 하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역사의식이 있다는 것은 과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과의 관련성을 알아보는 눈과, 더 나아가서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갖는 거라 생각한다. 역사의식이 있다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현상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오는 답은 단답형이 아닌 그 현상의 context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아랍국가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뉴욕타임스에서 “Fractured Lands”라는 아랍지역 역사를 다룬 한정판 잡지를 읽기 시작하면서 나는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렇게 짧고 명료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금 아랍지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시발점은 제 1차 세계 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보는 전쟁과 분열은 100년의 역사를 들여다봐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는 그냥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미국 대통령 선거일이다. 이 선거일을 현재와 미래를 좌우하는 한 역사적인 순간으로 본다면 역사의식을 가지고 시민참여를 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나는 지난주에 시민참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 바가 있는데, 그에 덧붙이자면 시민참여의 핵심은 역사의식을 가진 “깨인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 선거는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박새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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