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거물급 인사 중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는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겸 페이스북 이사는 31일(현지시간)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은 미친 것이 아니며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트럼프 후보에게 125만 달러(14억1천300만 원)의 후원금을 약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리콘밸리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그는 이날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트럼프의 공격적이고 부적절한 표현에도 불구하고 "큰 차원에서 그가 주장하는 바는 옳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트럼프는 공화당이 레이건시대의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고, 한 정당의 개조를 넘어서서 새로운 정치를 지향하고 있다"면서 "이번 선거의 왜곡된 시각들로 인해 잊히고 있지만 우리 시대의 역사가 쓰이고 있는 바로 시점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정치가 너무 늦어지느냐, 아니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틸은 "트럼프의 말이나 행동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많은 미국인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그들의 판단력이 흐려서가 아니라 이 나라의 리더십이 잘못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가 말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어젠다는 미국을 정상국가로 만들자는 것"이라면서 "정상적인 국가는 5천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하지 않으며, 5개의 선전포고도 없는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그는 뉴욕타임스(NYT)와의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트럼프 후원은 "실리콘밸리의 번영을 공유하지 못하는 미국의 다른 지역들에 대한 공감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CNBC 방송은 "침묵하던 틸이 최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이메일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재조사 발표로 선거 판세가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표면에 나섰다"고 전했다.
보유자산이 27억 달러(3조600억 원)로 평가되는 틸은 페이스북의 첫 외부 투자자일 뿐 아니라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성공적인 스트타업 인큐베이터로 평가되는 Y 컴비네이터에도 파트너로 참여하는 등 벤처투자업계의 큰손이자 선구안이 뛰어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친트럼프 정치성향 외에도 자신의 동성애 사실을 폭로한 인터넷 언론 고커 미디어를 파산시키는가 하면, 여성의 참정권 배제를 주장하는 등 별난 언행으로 자신이 관계하고 있는 회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어 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