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실리콘밸리가 트럼프를 싫어하는 이유… 줘도 못 먹는 ‘금수저 루저’

2016-06-17 (금) 01: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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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수성가 존경하는 실리콘밸리…유산으로 시작한 트럼프는 고작 평균수익

실리콘밸리가 트럼프를 싫어하는 이유… 줘도 못 먹는 ‘금수저 루저’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실리콘 밸리의 비호감이 그의 사업성과와 연관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신의 사업적 성공을 강조해온 트럼프 후보의 수익률은 실리콘밸리의 기준으로 잘해야 평범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실리콘밸리에서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인텔의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최고경영자(CEO)가 개최하려 했던 선거자금 모금행사도 여론의 뭇매를 맞아 포기하는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개방적인 벤처기업의 요람 실리콘 밸리는 극단적이며 소수자들에 차별적인 발언을 쏟아내온 트럼프에 대해 비호감을 나타내왔다. 그 뿐만 아니라 성공한 사업가들의 집합인 실리콘밸리의 실용적인 관점에서도 트럼프는 존중하기 힘든 사업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자수성가를 존경하는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는 아버지가 물려준 수천만 달러의 시드머니(초기 투자금)를 가지고도 마땅한 성과를 내지 못한 “루저(Loser)”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로부터 받은 유산의 규모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는 1968년 아버지의 2억달러 규모 부동산사업 뿐만 아니라 약 3000만 달러의 현금을 물려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FT는 트럼프가 3000만 달러의 현금을 부동산 투자업계 평균 수준의 레버리지(66%)로 미국 증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에 투자만 했어도 복리효과로 현재 45억 달러(약 5조2794억원)의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을 것으로 계산했다. 이는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추산한 트럼프의 재산과 같은 수준이다.

만약 같은 자금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에게 맡겨졌다면 그의 재산은 연간 복리기준 19.2%의 수익률에 따라 현재 2290억 달러(약 268조6628억원)까지 불어났을 것이다.
즉 트럼프의 사업성과는 그가 자랑할 만큼 성공적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며, 투자업계 평균수준으로 실리콘밸리의 존경을 받기에는 역부족이다.

트럼프의 앞마당인 뉴욕 부동산 시장 기준으로도 그의 성과는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와 부동산 거물 스티븐 로스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이다.

실리콘밸리에는 ‘금수저’ 트럼프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자수성가 사업가들이 널려있다.

‘왓츠앱’의 얀 쿰 CEO는 유년시절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어머니와 이민을 와 식량 배급표를 받기 위해 줄을 서야만 했다. 야후의 제리 양 공동창업자는 대만에서 이민온 당시 ‘신발(Shoe)’이라는 영어 한마디만 할 줄 알았다고 한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창업자의 가족도 구소련의 반유대주의를 피해 미국에 이민을 왔고, 인텔의 앤디 그로브 CEO도 1956년 헝가리-오스트리아 국경을 걸어서 넘은 난민이었다.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도 비교적으로 넉넉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대학시절 병뚜껑을 모으는 등 용돈을 벌기 위해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이 트럼프의 ‘막말’에 시달리는 이민자 출신일 뿐만 아니라 그보다 훨씬 힘든 배경에서 더 큰 사업적 성공을 거둔 인물들이기 때문에 자신들보다 못 한 ‘금수저 루저’를 지지할 리 없다는 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 기업인들이 많은 실리콘밸리에서는 트럼프를 지원하는 것만으로도 동료 기업인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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