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시간의 속도

2016-10-25 (화) 06:43:26 케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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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나이대로 속도가 붙습니다. 20대는 시속 20마일, 40대는 시속40마일, 60대는 시속 60마일, 그리고 80대는 시속 80마일로 지나는 듯합니다. 50대로 들어서니 슬슬 속도가 붙는 세월의 흐름에 조급함이 몰려듭니다.

제가 고등학생일 때 엄마는 40대였습니다. 그때는 엄마가 완전 아줌마처럼 보였는데, 저는 지금 아줌마이길 거부하고 마치 20대인 양 착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노래와 댄스도 배우고 싶고, 프로그래밍을 배워 엔지니어가 되고 싶고, 박사학위도 받고 싶을 정도로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나이 때문에 못한다며 내려놓기에는 앞으로 남은 세월이 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금 희망을 모아 꿈을 꾸어봅니다. 나의 또 다른 멋진 미래모습을 위해서.

예전엔 나이로 희망을 묶어버렸던 40-60대도 지금은 힘차게 움직입니다. 꿈을 꾸기에 늦은 나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전하기에 충분한 나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의 20대가 지금의 50대인 것입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너무도 젊은데, 친구들을 만나면 왜 이리 다들 나이가 들어 보이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내 친구가 곧 진정한 나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을 보면서 나를 인정하게 됩니다. 우리 엄마를 보면 항상 젊은 것 같은데, 엄마 친구분들을 보면 나이가 많이 들어 보입니다.

훌쩍 흘러간 것 같은 과거, 오지 않아서 아직은 알 수 없는 미래, 그 가운데서 우리 모두는 현재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현재에는 나이가 없어서 참 좋습니다. 다같은 시간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느 속도로 엑셀레이터를 밟느냐에 따라 각자 인생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 속도는 바로 지금 바로 내 발이 결정합니다.

저는 시속 20 마일으로 가면 너무 느릴 것 같아 스쿨존 속도인 시속 25 마일 정도로 가기를 갈망해 봅니다. 젊었을 때처럼 욕망에 가득찬 시속 80마일 속도가 아니라, 세상의 인정을 받겠다고 자신을 휘몰아치는 성급한 속도가 아니라 삶의 여유와 안정을 느끼면서 꿈과 도전을 잃지 않는 속도로 가고 싶습니다.

<케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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