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친구 같은 부모
2016-10-21 (금) 11:40:45
제니퍼 유
자녀들은 친구 같은 부모인 미국 스타일의 부모상을 부러워한다. 나도 옛날에는 친구 같은 부모가 되기를 원하며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리라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어느날 친구 같은 부모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친구처럼 따뜻하고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할 수 있지만 부모는 부모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친구일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것은 친구가 줄 수 없는 중요한 것을 부모가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한 아이의 엄마가 말다툼이 벌어지자 아이가 그냥 차문을 열고 뛰쳐나가 프리웨이에서 걸어 집으로 갔다면서 상담을 요청했다. 그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며 희생하며 살았는데 왜 아이가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다음날 먼저 아이의 안전을 염려하며 조용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라고 엄마에게 권했다. 아이는 엄마가 무조건 화를 내며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상황을 만드는 것에 기분이 상했다면서 엄마의 계속된 꾸중에 못이겨 차에서 나와 버렸다고 답했다. 아이는 “엄마가 어른으로서 상세히 상황을 판단하고 자상하게 차근차근 말해주고 이성적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내 경험상으론 아이들이 친구 같은 부모를 원한다고 생각하고 친구처럼 마음속 얘기를 하면 부모로서 존경심을 잃게 된다는 걸 알았다. ‘친구 같은’이나 ‘친구처럼’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해야 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친구 같은’ 부모란 아이가 무슨 얘기를 해도 판단없이 받아주고 무엇을 해도 항상 용기를 주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들은 부모로서 예의를 지키길 원하며, 이성적이고 모범이 되는 행동을 하기를 또한 원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화 나는 일이 있을 때 친구처럼 같이 화내는 것보다 부모로서 이성적인 말투로 얘기해야 설득력이 높아지고 위엄이 선다.
친구가 부모 역할을 할 수 없듯이 부모 또한 친구일 수는 없다. 각자의 역할이 불확실하게 되면 무질서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모의 역할을 확실히 알고 나니 조금은 부모 역할이 쉽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내 자리를 찾게 되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부모가 된 것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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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