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Bighorn Peak,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 시원한 바람…‘아름다워라’

2016-10-21 (금)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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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horn Peak,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 시원한 바람…‘아름다워라’

Bighorn Peak 정상에서 점심을 먹으며 쉬고있는 한인등산인들

우리가 살고 있는 LA지역은 서쪽의 태평양을 제외한 동남북의 3면이산으로 둘러 싸여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가장 근접한 동북쪽(Pasadena뒷쪽)의 San Gabriel 산맥만 하더라도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1,950m)보다 높은 봉우리가 14개가 되고, 한반도의 최고봉인 백두산(2,744m)보다 높은 봉우리도 6개가 될 정도로 고산들이 첩첩하다.

그러다보니 대개의 산행들이 ‘너무 호젓한 경우’가 많고, 가끔 다른 등산인들을 만나게 되면 반가운 마음이 앞서게 되어지니, 이 점이 한국의 사정과 크게 다르다고 하겠다.

LA지역의 산행이 한국과 많이 다른 상황이지만, 특별히 한국적인 분위기를 다소라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곳이 Claremont와 Upland 뒷쪽에 위치한 Mt. Baldy (공식명칭은 Mt. SanAntonio)의 동남쪽 주변 골짜기인Icehouse Canyon이겠다.


이곳은 흔히 우리 한국인 등산인들이 ‘정릉계곡’ 이라고 별칭하기도 하는데, 우거진 숲그늘과 싱그러운 공기 그리고 맑고 시원한 물이 있어, 많은 분들이 다니면서,‘ 봄눈 녹아 흐르는 옥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는 경지의 풍류를 즐기는 곳이다.

겨울에는 눈과 얼음의 골짜기가 되어져 환상적인 설국의 별천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가 아는 어느 분들은 일년내내 거의 이곳만을 오르면서도 대단히 만족해 하신다.

여기에 한가지 더, 산을 오르고 내리는 가운데 제법 많은 등산객들을 볼 수 있다는 점도 한국과 좀 더 유사한 풍정의 일단이라고 할까?대개의 초심자들은 계곡을 따라나있는 등산로로 편도 3.6마일의 거리가 되는 Icehouse Saddle을 목표로 산행을 하는데, 산행이 조금 더 익숙한 분들은 이 Saddle에서 다시 3군데로 갈라지는 등산로를 따라 더먼거리의 등산을 할 수 있는 바, 오늘은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약 2.5마일을 더가는 BighornPeak(8,441’)까지를 찾아가기로 한다.

왕복 약12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약 3,550’가 된다. 걸음이 빠르면왕복 6시간, 아니면 7~8시간 내외가걸릴 것인데, 운이 좋으면 이 산 이름의 주인공인 Bighorn Sheep 가족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등산코스>
이 ‘ 얼음집 계곡’의 등산로는 계곡의 최상단이랄 수 있는Icehouse Canyon Saddle (7,580’)까지의 편도거리는 3.6마일이며, 순등반고도는 2,660’이다. Bighorn Peak을 가기위해서는 이곳에 오른 후에 남서쪽으로 거리 2.4마일에, 고도 860’를 더올라가야 한다.

등산초보자에게는 힘들게 느껴질수 있겠으나, 시간을 넉넉히 잡고 숲에서 번져나오는 싱그러운 내음을 맡으며,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산 바위 나무 꽃 물 구름 바람 등의 아름다움을 느껴가며, 한가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걸어 오르면 좋겠다.

처음 1마일정도는 계곡을 흐르는물이 있어 이를 오른쪽에 두고 계곡의 왼쪽기슭을 따라 오르게 된다. 오리나무, 시카모어, 단풍나무, 삼나무,향나무 등이 무성한 가운데 울퉁불퉁한 돌들 사이로 오르다 보면, 가끔씩 그 옛날에 지어졌을 산장들을보게 되는데, 유럽인들이 이곳에 정착을 한 이래로 이 계곡은 이 곳 사람들에게 양질의 목재, 시원한 얼음,쾌적한 별장들, 아름다운 풍치와 설경, 맑고 차가운 계곡물 등을 무진장으로 ‘아낌없이 내어주는 자애로운Mother Nature'의 모습 그대로 였던것이다. 적어도 1938년 3월 1일 밤 9시 까지는 그랬다.


당시에 바로 이곳에는 105채나 되는 개인소유산장들과 Lodge겸 광산등이 들어차 있었다고 하는데, 단 이틀 동안에 이곳 산간지역에 810mm에 달하는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짐으로써, 일거에 70채의 별장을 비롯한 건축물들과 거의 모든 등산로들이 파괴되어졌고, 그 이후로는 일체의 건축행위가 금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1마일을 가면, Cedar Glen을 거치며 1.8마일 더 길게 오르는 곁길이 왼쪽에 나오는데, 우리는 그냥 직진한다. 1.5마일쯤 위치에 들어서면 수백년을 자랐을 장군송들이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상서로운 기운으로 감싸며환영해 준다. 집채같은 바위들도 우리를 반긴다. Cucamonga Wilderness로 들어 섰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1.8마일 지점이다.

대개는 이 곳에서 숨을 고르고 목도 축일겸 잠시 쉬어간다. 다시 기운을 내어 산을 오른다. 거친 돌들이 움푹 패어진 물이 없는 마른내를 건너면, 곧이어 2마일 왔음을 알리는 말뚝이 나온다.

2.4마일쯤엔 오른쪽 길 바로 아래에 땅속에서 그치지 않고 흘러나오는 약수터가 있다. 매발톱꽃 샘(ColumbineSpring)이다. 이 약수터의 주변에 자생하는 식물의 이름이 Columbine이다.

일년내내 맑고 차가운물을 내어 준다. 갈증을 느끼는 우리등산객은 물론이지만, 특히 인근의 동식물들에게는 기적의 생명수 그 자체일 것이다.

이젠 길이 왼쪽으로 꺾이며 지그재그로 올라간다. Cedar Glen을 거쳐 올라오는 길이 왼쪽에서 합류한다. 이정표가 있다. 내려올때 여기서 실수로직진하지 않도록 잘 기억해둔다. 우측길을 택해 올라간다.

밤나무와 같은 모양과 냄새의 꽃을 피우는 Chinquapin과 줄기가 빠알간 Manzanita가 우거진 사이로 좁게 나있는 길을 지나면, 이내 죽림칠현의 고결한 선비나 신선이 머무는 곳이 아닌가 싶게 청아한 분위기를 풍기는, 울창한 송림과 탁트인 평지가 나온다. 쭉쭉 뻗은 싱그러운 낙락장송들이 시원한 바람을 아낌없이 쏟아내어 흘린 땀을 닦아준다. 땀이 가시면 곧 추위를 느끼게 되므로 바람막이 옷이 꼭 필요하다. 주변에 서 있는 표지판에서 알 수 있듯이, 등산이 익숙한 사람들은 여기서 세갈래로 나뉘는 길을 따라 주변의 봉우리들을 향해 몇 마일씩을 더 올라가는 산행을 하는데, 오늘 우리는 우측으로나있는 Ontario Peak/Bighorn Peak길을 따라가기로 한다.

먼저 맨 오른쪽으로 Ontario Peak을 안내해주는 팻말을 따른다. 이 첫부분의 등산로의 왼쪽에 있는 높은봉우리가 바로 Bighorn Peak이다. 길이 없이 가파른 비탈을 올라서 0.5마일 내외의 짧은 거리로 Bighorn Peak에 오를 수가 있지만 오늘 우리는 정규 등산로를 따라 가기로 한다. 오르내림이 크지 않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이지만, 겨울철에 눈이 쌓이면 통과하기가 수월치 않은 응달진 비탈구간이다.

이렇게 0.5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아주 짧게 도드라진 산줄기가 뻗어져 있다. 오른쪽의 Bighorn Peak에서부터 뻗어 내린 작은 줄기의 맨 끝돌출부이다. 지형의 생김새가 그냥 지나치기엔 웬지 아쉬운데, IcehouseSaddle을 떠난지가 바로 전이라 쉬어야 할 곳은 아니다. 경계초소나 주막이 들어서면 걸맞을 듯하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이 지점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뻗어내려가는 계곡의 윗부분이 되는데,0.5 마일정도의 거리에 있는 Kelly'sCamp에 이르기까지 넓게 깎여 파여진 계곡으로, Delker Canyon으로 호칭된다.

이윽고 Kelly's Camp (7840')에 닿는다. 1Acre 남짓한 숲속의 공터이다. 여기 저기 옛 건물의 바닥이나 기초들을 살피며 옛 사람들의 삶의 열정과 꿈을 나름대로 상상해 볼만도 하다.

여기에서 부터는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길이나 그다지 힘든 경사는아니며 대략 0.4마일 정도면 산줄기의 등성이에 올라서게 된다. BighornPeak Trail Junction으로 길이 좌우로갈라진다. 우측은 Ontario Peak으로가는 길이므로, 우리는 여기서 좌측으로 바짝 꺾이는 등산로를 따라, 동쪽으로 뻗어있는 Bighorn Peak의 주능선을 올라간다.

왼쪽으로는 Mt. Baldy(10,064’)가밝고 흰 신령스런 모습으로 우뚝하고, 오른쪽으로는 푸르른 송림의 CucamongaPeak(8,859’)이 바로 지척이다. 푸르른 Manzanita가 여기저기 듬성듬성 지면에 낮게 깔려있는 산줄기를 따라가다보면 드디어 Bighorn Peak의 정상에 이르게 된다. 오랜 세월 햇볕을 견디고 비바람에 씻기면서 어느덧 속세를 벗어난 듯 깨끗한 자태로 승화되어 서있는 고사목들이 나름대로 신기하고 아름답다.

정상에서의 전망을 즐기며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는,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하산하는 것이 무난하겠으나, 산행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다른 루트의 하산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정상에서 바로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능선을 따라 IcehouseSaddle로 거의 직선으로 내려가는 방법이다. 거의 2마일의 거리를 줄일 수있다.

둘째는, 정상에서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소나무들이 제법 울창하면서 가파른 능선의 고점을 따라 0.5마일이 채 안될만한 거리를 내려가면Cucamonga Peak과 Bighorn Peak의Saddle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좌측 길을 따라 Icehouse Saddle로 가는 방법이다. 약 1마일의 거리가 줄어든다.
Bighorn Peak,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 시원한 바람…‘아름다워라’

Bighorn Peak 으로 오르는 서쪽 산줄기.


<가는 길>
210번 Fr eeway상 의Mountain Ave에서 내려, 이 길을 따라 북쪽(산쪽)으로 향한다. 약 1.5마일을 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구부러졌다가 완만하게 왼쪽으로 둥글게 돌아가며 산줄기의 초입으로 들어가는데, 계속 왼쪽의 큰길을 따르다보면,왼쪽에서 올라오는 Mt. Baldy Road를 만난다. Freeway로 부터 약 4마일 온지점이다. 우회전하여Mt. Baldy Road를 따라간다.

약 4마일을 더 가면, 자그마한 시가지가 길 양쪽으로 형성되어 있는지점에 닿는다. Baldy Village이다. 왼쪽편에 잘 구비된 화장실이 있는Visitor Center를 찾아 들어가 주차하고, 사무실에 가서 Free Self-IssuedPermit을 받아 지닌 후, 다시 2마일을더 올라간다. Mt. Baldy Road가 왼쪽으로 직각으로 꺾이는 곳에 이르게되는데, 여기서는 직진한다. IcehouseCanyon Road이다. 200m 쯤 들어가면 길이 끝나며 왼쪽으로 큰 주차장시설이 있고 화장실도 있다. 북쪽으로 등산시작점이 있다. AdventurePass라는 주차허가증을 차안에 잘 걸어 놓는다. 주말에는 등산객이 많아 주차공간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으니, 가능하면 오전 7시 이전에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재미한인산악회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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