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남자 형제와 같이 자란 저는 어렸을 때 남녀는 단지 역할 구분으로만 나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둘의 선택이 많이 다르다는 것, 여자이기에 기회 자체가 제한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엄마, 왜 나를 여자로 태어나게 했어요?”라는 말도 안되는 질문이지만, 엄마한테 수도 없이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어린 저의 눈에는 할머니, 엄마의 모습에서도 남녀 차별이 아주 많아 보였답니다. 또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보면서 내가 여자로 태어난 것이 마치 전생에 무언가 잘못해서 벌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었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엔가는 그것이 사회의 편견이 아니라 그것도 하나의 사회 속 역할이며, 내가 이겨낼, 내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라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 편견이 ‘그럼, 날더러 더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것이네’라고 인식하고 조금 더 열심히 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습니다.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 직장에 나가고, 더 배우기 위해 퇴근 후에는 카네기 리더십, IT, 프로그래밍, 세일즈, 분석가 교육 등에 참여하면서 배움을 놓지 않았답니다.
몇일 전에 만난 실리콘밸리 대기업에서 일했다는 백인여성은 “직장에서 여성 Top Manager는 형식상 중요하지 않은 부서에 1명 정도 있고 실질적으로는 다 남성이라서 이에 대한 반기를 들었다가 짤렸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그냥 듣는 것이 내 역할인 것 같아 들어주기만 했습니다. 어느 세대, 어느 지역이든 이런 차별을 느끼는 사람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환경 조건 중의 하나일 겁니다.
다른 사람이 인식하는 내 역할보다는 내가 내 역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선천적으로 받은 남자 여자, 잘생기고 평범하게 생긴 것, 키가 크고 키가 작은 것, 아이큐가 높고 낮은 것들은 1%의 조건들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입니다. 노력이 99%라고 하는 옛 성인들의 말씀처럼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우리 자신을 만든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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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