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신 때문에 엘살바도르로 추방’ 주장 남성, 트럼프 정부 제소

2025-07-24 (목) 03:2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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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텔 연관 누명 쓰고 쫓겨나…中美 수감시설서 참혹한 경험”

특별한 증거 없이 마약 밀매 카르텔과 연관돼 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엘살바도르로 추방됐던 베네수엘라 출신 남성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적 성향을 가진 단체인 '민주주의수호기금'(Democracy Defenders Fund·DDF)은 24일 홈페이지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관련법에 따라 네이예르베르 아드리안 레온 렌헬을 대리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며 "렌헬은 부당하게 미국에서 구금돼 외국으로 추방됐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DDF에서 별도로 게시한 소송 설명 자료를 보면 피청구인(피고)은 미국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국토안보부와 이민세관단속국 등이며, 소송 가액은 130만 달러(17억8천만원 상당)다.


DDF에 따르면 27세인 렌헬은 지난 3월 13일 텍사스주(州) 아파트 주차장에서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그의 몸에 있던 문신 문양이 악명 높은 카르텔인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TdA)과 연관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트렌 데 아라과는 지난 2월 20일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됐다.

2023년 미국에 입국해 미용실에서 일했다는 렌헬은 그러나 카르텔과 관련이 없으며, 체포 당시 "자유를 빼앗겨야 하는" 구체적인 이유를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고 DDF는 적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윤리담당 고문을 지낸 노먼 아이젠 DDF 창립자(변호사)는 보도자료에서 "이 사건은 헌법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사례"라며 "법적 구제 수단 없이 누군가를 구금하고 어딘가에서 사라지게 하는 건 끔찍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렌헬은 미국 정부에서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에 '아웃소싱 수감' 형태로 보낸 250여명의 추방자 중 한 명이었다.

세코트에서 렌헬은 교정 직원에게 주먹과 곤봉으로 수시로 맞았는데, 한 번은 감시 카메라 사각지대로 끌려가 폭행당했다고 DDF는 전했다.


렌헬은 이달 초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수감자 교환 협약에 따라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로 보내졌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DDF는 부연했다.

DDF는 "렌헬은, 부당하고 불법적인 체포·구금 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엘살바도르 세코트로 이송돼 끔찍한 조건에서 참혹한 경험을 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에서 쫓겨난 이들이 세코트에서 비인간적 처우와 형편없는 식사 배급 등으로 '공포 영화'와 같은 나날을 보냈다고 추방자들의 여러 진술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에 대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에 대한 강한 비난과 함께 관련 범죄 혐의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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