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정신 진단 해봐야

2016-09-17 (토) 12:00:00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
크게 작게
미국에서는 환자가 자살을 시도하거나,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어떤 이상한 짓을 해도 강제 입원시킬 수 없으며 함부로 정신병 진단을 하기도 어렵다. 정신과의사로서 언론에 나오는 사람을 진단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그냥 넘어가기가 어려워 팬을 들어본다.

지금 미국은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듯하다. 트럼프의 비상식적인 언어와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잃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신분열적 행동을 보이는 환자는 진단을 받기 전에 주변사람들이 매우 당혹스러워한다. 그 행동이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가 환자인 줄 아직 모를 때 만일 그가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있다면 사람들은 당황하면서도 그를 특출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초기 조울증 환자들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친다.


미국 언론은 일반적으로 범죄자들의 인종 언급을 자제하는데 이것은 인종차별적인 풍토를 조성하지 않으려는 노력일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그간 인종차별적 발언을 많이 해왔다.

또한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에는 본인이 원하지 않았어도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는 선량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바로 이런 사람들을 향해 “모두 추방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는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아울러 조울증의 특징인 기발한 아이디어, 멈출 줄 모르는 에너지, 그 아이디어에 대한 열정, 그리고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빠른 언어회전 등 매닉 증상을 보이고 있다.

타인에 대한 감정적 배려가 없다는 것 또한 정신병적 증상이라고 나는 본다. 그의 조울증이 더 심각해지면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판단력이 부족한 엉터리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공포와 협박으로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조증 대통령 후보는 없었다. 그런데 이런 트럼프에게 열광하는 많은 미국인들의 정신 상태도 우려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또한 그동안 미국 정치인들이 어떻게 했기에 트럼프와 같은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고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지도 반성해야 할 것이다. 과학이 발달하고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인류의 정신은 분열되어 있다.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는 것은 너무나 요원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