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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보리·허브… 이름난 술은 식물에서 시작됐다

2016-09-12 (월) 10: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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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취한 식물학자

▶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문학동네 펴냄

쌀·보리·허브… 이름난 술은 식물에서 시작됐다
사케는 쌀로 빚는다. 스카치는 보리로, 럼은 사탕수수로, 데킬라는 아가베(용설란)로 만든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술은 식물에서 출발한다는 저자의 말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버번은 무성하게 웃자라는 풀인 옥수수를 원료로 한다. 압생트는 (독성에 관한)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지중해산 허브 향쑥으로 만든 술이다. 폴란드 보드카는 괴이한 식물군이라 할 수 있는 가짓과의 일종인 감자가 원료다. 맥주는 대마초와 같은 과의 식물인 끈끈한 덩굴식물 홉을 사용해서 만든다.”

식물에 관련한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이자 애주가인 저자가 술과 식물학을 엮었다. 식물은 당을 만들어내고, 당이 효모를 만나면 알코올이 탄생한다. “이 세상에 추수하고 양조에서 술병에 담지 않는 교목과 관목, 섬세한 야생화는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저자는 우리가 술로 만들어 마시는 식물 160여 종을 책에서 소개한다.


맥주를 마시는 사람이 많은 것 만큼이나 맥주를 만들게 하는 보리의 재배지역은 전 세계에 넓게 분포한다. 인류는 이미 기원전 3,400~3,000년쯤부터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펜실베니아대학 박물관의 고고학자 패트릭 맥거번은 이란 서부의 유적지 ‘고딘 테페’에서 발견한 도자기 조각을 분석한 결과 음료수를 담는 데 사용된 그 그릇에서 ‘보리 맥주’의 흔적을 찾아냈다. 이후 맥주 제조 기술은 로마 시대를 거치며 더 정교해진다.

보리나 밀로 만든 술을 발효해 포도주와 비슷하게 만들어 마신 것인데, 대략 기원후 600년경부터는 보리를 재배하는 지역에서 맥주도 증류해 더욱 높은 도수로 주조했다. 저자는 “식물학이나 원예학이 진보할 때마다 알코올이 듬뿍 들어 있는 인간의 음료도 그만큼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말한다.

쌀로 만든 술인 사케는 와인 못지않게 흥미롭다. 사케의 풍미를 결정하는 것은 품종도 중요하지만 도정 기술이 품질 판단에 결정적 기준이 된다. 쌀을 재료로 한 증류주는 아시아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책에는 한국의 소주와 감주, 중국의 미주, 필리핀의 타푸이, 인도의 손티, 티베트의 락시 등을 간단히 언급한다.

저자는 술의 원료가 되는 대표적 식물을 시작으로 술에 첨가할 수 있는 허브와 향신료, 꽃, 나무, 열매, 씨앗 등을 두루 살펴본다. 게다가 술을 만들 수 있는 식물 재배법과 함께 50가지 이상의 칵테일 레시피를 책 곳곳에 끼워 넣었다. 직접 주조해 한 번 맛보라며, 노골적으로 술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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