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젤렌스키 인정 않는 푸틴, 러·우크라 정상회담 성사될까

2025-08-19 (화) 07: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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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렌스키가 항복해야 만나줄 것” vs “만남 가능성 무시하면 위험부담”

▶ 푸틴, 트럼프 3자회담 제안엔 “올 필요 없어…일대일 만남 선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양자 정상회담이 이뤄질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그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던 러시아가 입장을 바꿀지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가 합법적인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아니라고 러시아가 주장해온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양자 회담 자리에 나오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이라고 19일 분석했다.

러시아는 젤렌스키가 지난해 5월 임기가 끝났는데도 계엄령을 이유로 선거 없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불법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네오나치 세력의 러시아인 학살을 조장했다고도 선전해왔다.


심지어 푸틴은 '젤렌스키'라는 이름을 언급하는 것도 피하고 있으며, 러시아 국영방송은 희극인 출신이라는 점에 빗대 젤렌스키를 '광대'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 내부에서는 푸틴이 젤렌스키를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과 심지어 만나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그리고리 골로소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럽대학 교수는 양자 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가까운 장래는 물론이고 예측 가능한 미래에 그런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푸틴은 젤렌스키가 패배를 인정하고 우크라이나가 항복한다고 해야 만나줄 것"이라고 말했다.

콘스탄틴 자툴린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도 러시아 당국자들은 푸틴과 젤렌스키가 만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양자 회담을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의 안보 전문가 드미트리 트레닌은 최근 푸틴 대통령이 유달리 활발한 외교를 하고 있다며 "진정한 외교를 할 때가 왔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만족할 만한 양보를 한다면 푸틴이 젤렌스키를 만나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툴린 의원도 "만남의 가능성을 계속 무시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며 양자 회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회담 성사 가능성 그 자체가 러시아의 양보라고 묘사하면서 "러시아는 회담에 대한 우려를 접고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중재 노력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양자 회담과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언제든 푸틴을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의 외교 당국자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양자 회담을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최고 당국자들을 포함한 접촉은 매우 신중하게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에게 양자 회담에 자신이 참석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가 거절당했다고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푸틴이 트럼프에게 "당신이 올 필요는 없다. 나는 그를 일대일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푸틴과 젤렌스키에 대해 "두 사람은 생각보다 좀 더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며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양자 회담 대신 3자 회담을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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