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가 이피 “글과 그림은 한 덩어리”
2025-08-15 (금) 12:00:00
▶ 한인 최초 도로시아 태닝 상
▶ 첫 에세이집 ‘이피세世’ 출간

현대미술가 이피(44·이휘재)
“제게 글쓰기와 그림은 하나의 덩어리예요. 그림을 그리고 난 후 잔여물을 긁어모아 쓴 게 (여기 실린) 제 글이죠.”
올해 2월 한인 최초로 미국 현대예술재단(FCA)의 도로시아 태닝 상을 받은 현대미술가 이피(44·이휘재)가 첫 에세이집 ‘이피세世’를 펴냈다. 고려 불화의 선과 색채를 원용한 그의 작품은 왠지 낯설지 않다. 지난달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의 국제문학상을 받은 시인 김혜순의 죽음 3부작을 엮은 ‘김혜순 죽음 트릴로지’ 표지와 본문의 드로잉이 그의 것. 이피는 김 시인과 극작가 이강백의 딸이다.
여성의 몸을 화두로 하는 그의 작업은 도리 없이 김 시인의 시를 떠오르게 한다. 시카고 미대에서 공부한 그는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내 피부, 나를 감싸고 있는 껍질에 대해 처음 생각해보게 됐다”며 “영어도 잘 못하니까 생각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더욱더 껍질 안에 갇히게 됐다”고 했다. ‘노란’ 아시안 여성이라는 자각은 “껍질을 뒤집는” 그림을 그리게 했다. 이번 책의 표지에 실린 ‘천사의 내부’(2016)가 대표적. 여성의 몸 내부를 색연필과 아크릴 물감, 금가루로 형상화했다. 그는 “생리통이 너무 심했을 때 여성들이 늘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 그렸다”고 했다.
‘이피세世’는 이런 그의 작품 세계 전체를 조망한다. 그의 머릿속 형상들을 일종의 자연사 박물관처럼 전시하고 ‘이피세’라는 시대로 이름 붙였던 2019년 개인전 ‘현생누대 신생대 이피세’에서 제목을 따왔다. 2010년부터 2022년 사이 그의 내면을 써내려간 글과 작품 도판 113점, 이들 작품에게 보내는 편지가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