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타주의의 위력

2016-08-27 (토)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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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과연 “사람들의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시원한 해답을 얻기 보다는 점점 더 짙은 안개 속으로 묻히는 느낌이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살이는 “필요 충족을 위한 노력과 충족에 따르는 권태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우리 안에 천사와 악마가 공존해 양쪽을 시계추처럼 되풀이 한다고 했다. 우리 자신은 어느 쪽으로 추가 더 기울어졌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창세기에서 가인이 질투로 동생 아벨을 돌로 쳐 죽인 후 가인의 피가 혈관 속을 돌고 있어 그런지, 온 세상은 각종 문제로 진흙탕 안에서 뒹굴며 싸우는 모습이다.


왜 인간들은 그렇게 싸워야만 할까? 그 이유 중 하나는 고삐 풀린 인간의 이기주의로 인한 욕심, 극도의 자기중심의 삶 때문이 아닐까?인간이 죄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을 깨닫기는 어렵지 않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어린아이들은 남의 것에 욕심을 내고, 싸우고, 거짓말 하고, 핑계를 곧잘 대곤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더불어 이타주의 속성도 있음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누가 물건을 떨어트리면 어린애도 금방 집어 주려 한다든지,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몸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게 된다.

최근에 접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나 소개한다. 세계에서 선두를 달리는 스위스의 노바티스(Norvatis) 제약회사의 미국 지사장 크리스티 쇼우가 돌연 회사 사임을 발표해 화제가 되었다. 상당한 보수와 명예는 물론, 본사의 최고 경영자 자리까지 가능한 위치이다. 그런데 그 사임 이유가 특별하다.

3년 전에 골수암 진단을 받은 언니가 새로운 임상실험 약물을 투여받기 위해서는 치료 3달간 항상 옆에서 돌볼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 조건 중 하나였다. 이 일로 단지 이틀간 고민하던 크리스티는 좋은 직장보다는 언니를 택해 사임을 통고했다.

본사 사장이 3달의 휴가를 제안했으나 회사에 미안하다는 이유, 또한 얼마나 더 옆에서 언니를 간호하게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그는 결국 사임을 택했다. 세상에는 아직도 이런 사람들 때문에 훈훈한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다.

‘이타주의의 위력’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에서 읽었다. 필자는 현대 서양사회의 교육, 경제, 정치 등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이기적이며, 자기의 최대이윤, 권력을 추구한다”는 개념 위에 구조가 형성되었는데, 이것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 주장한다.

그는 한 흥미로운 예를 들었는데, 이스라엘의 한 데이케어 센터에서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는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기 시작하자, 오히려 늦게 오는 부모들이 그전보다 두 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벌금을 물리기 전에는 선생들에 대한 배려로 가능한 한 일찍 도착했는데, 벌금을 물리자 그 부모들은 배려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그 책임을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말하자면, 선한 동기는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미루어 볼 때 현대 학교 교육, 정치, 과학, 사회 등은 그 패러다임을 바꾸어 어떻게 하면 이기주의적 사고보다 배려, 이타주의의 확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나 하는 문제를 안고 씨름을 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기주의 보다는 이타주의, 받는 것 보다 주는 삶이 더 인간을 인간답게, 더욱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박찬효 FDA 약품 심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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