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 건강보험 ‘도용’에 대한 불감증

2016-08-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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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인들의 한국 건강보험 도용 사례가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국내 가족·친지의 건강보험증을 빌려서 장기간 공짜진료 혜택을 누리다 들통 나 의료비 전액을 토해낸 경우도 드러났다. 재외국민에게도 싸고 혜택 좋은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의 가입자격이 주어지고 의료방문이 증가하면서 생겨난 부작용의 하나다.

한국의 건강보험은 재외국민의 경우 한국에 3개월간 거주하면서 3개월 치 보험료를 납부하면 가입이 허용된다. 건강보험공단의 2009년~2013년 통계에 의하면 그 기간 한국에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재외동포는 약 9만5,000명으로 이중 미주한인은 3만5,000여명이었다.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함께 증가한 것이 부정행위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부정이용으로 적발된 외국 국적자는 약 4만명, 이로 인한 부정수급 액수는 35억5,900억원에 달한다고 22일 한국 건강보험공단이 밝혔다. 체류날짜를 교묘하게 조정해 저렴한 보험료마저 안 내려는 편법도 문제이지만 요즘 특히 지적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보험증으로 진료를 받는 도용행위다.


이번 적발 케이스들은 한 두 번이 아닌 장기간의 도용이었다. 미국의 한 시민권자는 한국의 친정부모 건강보험증으로 미국 국적의 시아버지를 5년간이나 요양원에서 진료를 받게 했는가 하면 또 다른 시민권자는 한국 친구의 보험증으로 9개월간이나 병원치료를 받아왔다. 각각 3,000여만원과 600여만원의 환불통보를 받았다. 처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행법에 의하면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 모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미주에서도 의료혜택 남용은 한인사회의 ‘악성 고질’로 꼽혀왔다. ‘웰페어·메디케어 사기’와 ‘한인’이 하나로 묶여지면서 한인사회 전체의 이미지 하락을 우려해야 했는데, 이제는 재외국민의 건강보험 부정이용으로 한국에서의 미주한인 이미지 실추까지 걱정해야 하는가.

한국정부도 보험증 도용 원천차단을 위한 제도 도입 등 부정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제발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의료혜택 남용 위법에 대한 불감증에서 그만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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