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사드 배치 둘러싼 백악관 청원 경쟁

2016-08-25 (목) 02:51:03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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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 문제를 두고 찬반여론이 치열한 가운데 이 문제가 백악관 청원 사이트인 'We the People'로 경쟁이 번져가고 있다.

백악관 청원 사이트에는 30일 동안 10만 명의 서명이 넘어설 경우 해당 청원에 대한 백악관의 공식 입장을 들을 수 있다. 이미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와 관련한 백악관 청원 서명의 경우 10만 명을 넘어섰기에 미국 정부의 입장을 들을 수 있게 된 반면 찬성의 경우 지난 5일 만들어져 내달 4일까지 10만 명을 돌파해야 하지만 25일 현재 4천명을 넘어서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이 되자 공무원들도 청원 서명운동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SF총영사관 파견 공무원은 최근 한인들에게 단체 카톡을 보내 "반정부 문제세력들이 백악관 웹사이트에 THAAD 배치 반대 청원운동을 벌여 10만 명 넘게 서명했다"면서 "가족 및 주변 지인들에게 많이 포워드 해주길 바란다"면서 서명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이런 찬반 모습들을 보면서 씁쓸함을 느낀다. 청원 사이트에서 10만 명의 서명을 넘어서면 백악관의 입장을 들을 수는 있지만 백악관은 예민한 문제는 답을 않거나 딱 부러지는 답을 회피한다. 지난 2012년 12월부터 시작한 ‘일본의 독도 영유권 분쟁화 시도 중단 촉구’ 관련 백악관 청원 서명도 두 달이 넘도록 백악관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며 그 이후도 기억이 없다.

그러기에 이번 사드배치와 관련해서도 백악관의 답변에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들의 반대 입장도 나름 이유가 있을 터이고 사드배치를 하려는 정부의 입장에 따라 공무원 역시 찬성을 위한 활동에 이유가 있을 터이지만 이 문제를 이런 식의 해결보다는 진정성을 가진 마음으로 터놓고 얘기해봄이 어떨까 싶다.

지금 사드배치는 갈라진 민심을 또다시 칼질로 여기저기 토막 내는 모습의 연장선상이다. 그러기에 우선 박근혜정부가 먼저 나서서 이 문제를 두고 국민의 여론을 경청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또한 국민들도 대화를 통해 정부의 의견도 경청해 봄이 어떨까? 그리고 공무원들은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고 해서 무조건 반정부 문제 세력으로 몰지 말기 바란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국회의원 과반수도 반정부 세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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