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오이 마사지해 주세요”
2016-08-19 (금) 05:38:30
제니퍼 유
“맘(mom), 오늘 밖에서 오래 있어서 얼굴이 너무 많이 탔어요. 제 얼굴에 오이 마사지 해줄 수 있어요?” 25살 큰아들이 카우치에 눕자 24살 작은아들도 “저도 해주세요”라며 다른 카우치에 드러눕는 것이다.
“예, 왕자님들. 하하하하. 오이 마사지 해주면 너네들은 엄마한테 뭐 해줄 건데?”했더니 큰아들이 “엄마 많이 사랑해주죠!”라고 웃는다. 잘 하지도 못하는 한국말로 듣는 대답에서 따뜻함이 전해왔다. 얼굴에 오이를 붙이면서 “너도 장가 가면 너네 와이프나 얘들한테도 이렇게 해줄 거니?”물어보니 “슈어(sure! – 당연하죠)”라고 말했다. 나란히 누워 있는 큰 아들들 얼굴에 오이를 붙이고 있으니 우습고 귀엽기만 했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사랑을 주는 것을 모른다. 내가 어릴 때 우리 가족들은 모두 사랑 표현에 쑥스러워하고 서툴렀다. 지금도 내 아이들 이마에 키스를 하며 “I love you!”란 표현을 하기는 쉬워도 나이 드신 엄마와 손 한번 잡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문화와 세대 차이가 우리 행동에 이렇게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가족상담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2세들과 한국식으로 자라 미국에 이민 온 1세 부모들의 공통 문제가 표현방법에 있다는 것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2세들은 TV나 학교나 친구집의 가족들을 보면서 “왜 우리 부모님들은 우리에게 사랑 표현을 하지 않는 것일까?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닐까?”하고 서운함을 느낀다. 한국식으로 자란 1세 부모들은 가슴으로 사랑하고 희생하는 것, 자식이 필요한 것을 해주는 것이 자식사랑 표현이라고 믿는다.
많은 부모들이 ‘내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을 왜 자식이 모르겠어요?’라고 하겠지만 부모들이 표현하지 않으면 자식들은 부모의 사랑을 느끼기 힘들다. 또한 부모의 무뚝뚝한 표현들을 배운 자녀들이 사회생활을 하게 될 경우를 생각해보라. 상대방과의 소통에 장애를 만나기 십상이다.
부모들이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뭘 바꿔? 하던 대로 하지 뭐’라고 생각하겠지만 오늘부터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적극 표현한다면 부모와 자식관계가 새롭게 달라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처음은 쑥스럽겠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내 딸/내 아들, 엄마 아빠는 너가 참 자랑스러워”라고 말해보라.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란 건강한 아이가 거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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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