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부모의 소망

2016-08-09 (화) 05:28:55 케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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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나 하는 일이라서 가장 쉬운 일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고 자신감있게 ‘나는 잘할 수 있어’ 하면서 큰소리를 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 나아가는 과정에 부모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 오만함은 꺾어지고 그제서야 모든 부모님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그분들의 위대한 모습들을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부모가 되는 것이라고. 백번을 해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나의 선택으로 내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외치면서 졸업 후 쉬지 않고 사회생활을 했습니다. 그것이 내 인생의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자라면서 바로 가족이 내 인생의 우선순위에 놓였습니다.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할 때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어 주지 못한다면 가장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이것을 깨닫고 나니 삶의 전부인 것 같았던 사회생활을 슬며시 바닥에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더 큰 기회를 주기 위해,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기반을 마련해 주기 위해 맹모 아닌 맹모가 되어 이곳에 왔습니다.

가능하면 아이들한테 넓은 세상의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싶은 게 부모의 마음입니다. 그 기회를 잡고 만들어가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부모님이 나에게 이 세상을 선물하셨던 것처럼, 나도 부모의 이기적인 집착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부족하나마 진심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나의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때까지는 넘어지지 말라고 자전거 뒤를 잡아 주듯이 보살펴 주었으나, 대학생이 되면서 살짝 손을 놓고 페달을 잘 밟아 넓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한없이 지켜봅니다.

잠시 방학을 맞아 집에 오면 아이들을 통해서 듣는 세상 이야기에 행복함을 느끼며, 혹시라도 내가 내 안에 아이들을 붙잡아 놓지 않나 스스로 되돌아보곤 하지만 아이들이 힘들 때는 언제든지 달려와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케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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