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나의 한국 역사 느끼기

2016-07-27 (수) 04:47:11 마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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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더 좋아지는 것들이 있다. 바로 우리의 것이다. 워낙 우리 문화를 좋아하는 사학도이기도 했지만 20년 전에 찾았던 고궁이 생각나 이번엔 한국에 오기 전부터 아이와 함께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특히 창덕궁은 한국인이기에 가보자가 아니라 정말 아름다운 곳이기에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이와 나는 2곳의 궁을 방문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당연히 경복궁과 창덕궁을 방문하려고 했으나, 경복궁은 그늘도 없이 아이가 돌아다니기 너무 힘들 것 같아 덕수궁과 창덕궁을 가기로 했다.

덕수궁은 조선 4개의 궁궐 중 가장 작은 곳이었지만 그래도 아픈 역사가 깃든 곳이기에 나름 의미를 가지고 방문하였다. 조선왕조가 꺼져간 곳으로 을사조약이 이루어진 곳이고 고종 황제가 마지막을 보낸 곳이다. 일부는 고종이 백성들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과 가족만의 안위를 보장받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고 비판하기도 하나 나는 헤이그 특사를 파견하기도 하고 꺼져가는 왕조의 왕으로 얼마나 힘든 인생을 보냈을지 생각하며 궁 안을 둘러보았다.


또한 덕수궁은 임진왜란 이후 선조가 머물다 임종을 한 곳이고 광해군이 보위에 오른 곳이라고 한다. 작은 궁이기에 국가의 번영을 함께한 것이 아니라 슬픈 사건을 함께한 곳인 듯하다.

그리고 창덕궁. 조선의 제 2궁이다. 하지만 제 1궁인 경복궁보다 비원이라는 장소로 사람들의 발길을 더 많이 끄는 곳일 것이다. 창덕궁 내에는 인정전, 낙선재 등 볼 곳이 많겠지만 우리는 비원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비원은 경치가 아름다움은 물론 내가 좋아하는 정조의 발자취가 있는 곳이기에 다시 찾고 싶었다. 정조는 자신의 이상정치인 왕도정치를 실현하기 위하여 이곳에 규장각을 설치하였다.

규장각이 있는 2층 건축물 주합루, 그 앞에는 왕만 통과할 수 있다는 어수문과 신하들만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문이 있다. 이것을 보아도 정조가 얼마나 왕도정치를 갈망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왕도정치는 정조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실패하게 된다.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출신성분을 가리지 않고 인재 등용을 실천했던 왕이기에 정조의 죽음은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아이의 첫번째 고궁 방문의 의미는 한국의 공주와 왕자가 살았던 곳이었다. 나는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한국에 올 때면 우리의 궁을 방문해서 아이와 함께 우리 선조들을 점점 깊이 느끼고 싶다.

<마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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