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방학을 즐기고 있는 우리 딸. 그저 놀기만 하는 것이 걱정되어 1학년도 안된 아이에게 학습서 하나와 한글학교 숙제를 시켰다.
마음먹고 하면 30분도 걸리지 않을텐데 동생과 놀면서 하고 TV를 보다 풀기도 하니 엄마 입장에서 답답하기 짝이 없다.
내가 야단을 치자, 옆에서 친정엄마가 한마디 하신다. “하기 싫은 거 시키지 마라. 인생 얼마나 된다고 싫은 거 시키냐? 기뻐하며 하도록 해야지” 하신다.
나름 극성엄마였던 친정엄마의 말에 깜짝 놀라 “아니 엄마는 나 어렸을 때 훨씬 더 했잖아”하니, “내가 그걸 후회한다. 이 나이가 되니 후회가 된다” 하신다.
그리고 내게 ‘로봇다리 세진이’란 동영상을 보여주셨다. 다리가 없는 세진이라는 아이가 15세에 대학을 입학해 지금은 수영 선수가 되어 있는 이야기이다.
세진이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세상을 항상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아이다. ‘왕따’로 학교를 그만두었지만, 그야말로 자존감이 높은 아이였기에 15세에 검정고시로 대학을 가고 장애인 수영대회에서 세계신기록도 세웠다고 한다.
세진이를 그렇게 키운 것은 엄마였다. 친엄마도 아닌 입양한 엄마. 엄마라는 존재가 아이를 긍정과 미래에 초점을 맞추어 성장하게 도와주었다.
남들 눈에는 힘들어도 세진이는 그것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친정엄마의 말은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지 마라’가 아니라, ‘기쁘게 도전하게 도와주어라’다. 휴, 또 나의 숙제가 되어 버렸다.
얼마전 남편이 인상깊게 읽었다며 내게 준 책이 있다. ‘Mindset’이라는 책이다. 세진이의 이야기는 ‘Mindset’을 연상케 했다.
아이들에게 Growth Mind를 심어주어 도전적인 아이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지금 ‘D’를 받아도 내일은 ‘C’, 모레는 ‘B’를 받은 수 있고 결과보다는 성장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 앞서 나 자신을 위한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40이 되니 무엇을 도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이들의 인생이 나의 인생이 되어 아이가 잘 크는 것이 성공한 인생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줌마인 나도 Growth mind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또한 그것이 아이에게 Growth mind를 알려주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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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