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이민생활 외로움 이기는 나만의 방법
2016-07-07 (목) 02:03:09
박서진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에서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정호승님의 시를 가끔씩 되뇌인다. 이민생활이 바빠 외롭다라는 감정조차 사치스러울 때가 있지만 부모와 친구처럼 친한 형제 자매들이 저 멀리 운전해서 당장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다는 건 가끔씩 참 외롭다. 초기엔 외로움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기도 했지만 요즘엔 나만의 치유방법을 정하였다.
감기처럼 외로움이 올 것 같다 싶을 때는 무조건 걷는다. 아주 빠른 걸음으로 한참을 걷고 나서는 좋아하는 커피음료를 큰 사이즈로 주문해서 마신다. 이 단순한 나의 처방이 우습기도 하지만 왠걸 크게 위로가 된다. 이것저것 해야 할 것도 너무 많고 시간은 또 얼마나 빨리 가는지 내 마음을 돌아볼 생각조차 못하였는데 요즘엔 외로움도 느끼는 것을 보니 한결 쉼표가 충족되었다는 의미가 아닌가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 샌프란시스코의 메인 도서관에는 한국책 섹션이 있는데 가끔 책들을 빌려서 읽는 것만으로도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달래진다. 많은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정도의 양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된다. 샌프란시스코뿐만 아니라 다양한 도서관의 브런치에는 한국 책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그것을 한번 알아봐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사람을 만나서 한참을 이야기하다 보면 또 마음이 괜찮아지기도 하고 차를 운전해서 한국마켓에 가서 장을 봐다가 토속적인 한국 음식을 요리하다 보면 또 마음이 풀린다.
살면 살수록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무엇에 기쁜지 내 마음이 어떤 순간에 편안한지 알아가는 것이 참 중요하다. 외로움과 싸우지 말고 잘 달래며 오늘 하루도 우리 모두 힘을!
<
박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