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권은 정말이지 최고다. 그동안 여러 나라들을 다니면서 내가 한국 여권을 갖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혜택을 입은 경우가 많았다.
무비자로 다양한 국가를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여러 심사 과정에서 한국여권을 우대해주었던 적이 많았다. 이번에도 이스라엘에 출장을 갔다가 미국으로 돌아올 때 난생 처음 겪는 첩첩산중의 보안에서 또 한번 여권으로 인해 기분좋은 일이 있었다.
약 2시간을 보안에 시달려 지칠대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마지막 여권심사를 위해 긴 줄에 서있었다. 그때 지나가던 직원이 내 손에 들려진 여권을 보더니 ‘한국여권?’이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하니 이리 따라오란다.
영문을 모른 상태로 따라갔는데 직원이 어떤 기계에 여권을 스캔하더니 이제 게이트로 가라고 했다. 한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줄을 뒤로 남기고 나는 그렇게 유유히 여권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심지어 터키에서도 한국여권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정 단계의 수속을 통과한 적이 많았다. 두려움반 설렘반으로 도착한 생판 모르는 나라에서 나를 챙겨줄 때 ‘한국이 이정도구나!’ 하며 애국심이 팍팍 생기는 경험을 자주 했었다.
매년 ‘여권파워’를 조사해 발표하는 Passport Index에 따르면 2016년 한국은 3위권에 들었다. ‘여권파워’는 무비자로 얼마나 다양한 나라에 갈 수 있는지 등에 기준해서 순위가 매겨진다.
한국여권으로는 155개국을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는데 다른 1, 2위국가들과 근소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여권파워는 단순히 한국의 경제력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력과 다른 국가와의 외교관계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어령씨는 ‘ 큰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다른 민족에게 해를 가하지 않은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다른 민족에게서 자원을 뺏어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들이 많고, 무력충돌을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은 나라 또한 많다.
하지만 경쟁보다는 생존을 위해 한반도에 정착한 한국 민족의 특성상 다른 나라와 적대관계를 만들지 않고도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그에 대한 결과로 후대에 우리는 여행을 편안히 할 수 있고 다양한 외국 국가들이 반겨주게 된 것이다.
나는 이러한 여권파워가 한국민족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이웃들과 평화를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정말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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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