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
2016-06-04 (토) 01:51:37
김중애 샌프란시스코
그날 아침 일어나 제일 먼저 나팔꽃나무를 보았다. 커피도 마시기 전에 궁금해서 블라인더를 올리고 보니 나팔꽃이 피었다. 꽃나무에 꽃이 피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이 꽃은 좀 다르다.
잊어버리고 있었다. 현관 구석 시멘트 틈새에 나팔꽃나무가 하트 모양의 잎 하나 달고 있어 깜짝 놀랐다. 퇴근해서 좋은 자리로 옮겨 줘야지 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물 샐 틈 없길 바랐던 시멘트 공사였는데, 그 틈이 얼마나 된다고 그 틈에 떨어진 나팔꽃씨가 싹이 나고 자랐다.
그러고 보니 나팔꽃은 혼자 힘으로 자란 게 아니다. 바람은 마른 나뭇잎이며 흙먼지를 가져다 덮어주고 지붕 홈통이 바로 거기 있어 안개비가 잦은 날이면 아침마다 물 자국을 만들곤 한다. 신기하고 고마워 사진을 찍어대는 순간에도 햇살은 따스하게 나팔꽃나무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잠옷 바람으로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는데 뜨락 가득한 햇살이 눈부셔 전화기 화면이 안 보인다.
꽃나무도 그러한 데 하물며 사람이랴 싶어졌다. 사람이라면 이럴 수 있을까? 시멘트 틈새를 내어 주고, 안개비를 모아주고, 흙먼지를 날라다 덮어주는 바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쉽지 않을 것 같다. 여긴 누울 자리가 아니라고, 턱도 없다고, 괜한 수고 말라고 자리도 잡기 전에 볶아대고 흔들어 꽃 필 기회나 줄까? 장담할 수 없다.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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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애 샌프란시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