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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첫 공개 박찬욱 감독“거짓말은 창조이자 예술”

2016-05-28 (토)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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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첫 공개 박찬욱 감독“거짓말은 창조이자 예술”
박찬욱(53)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25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첫 공개됐다.

이 영화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 현지 언론으로부터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는 찬사를 이끌어내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칸에서의 평가처럼 '아가씨'는 기괴하고 아름다웠다. 단순히 박 감독 특유의 미쟝센을 넘어서서, 코미디와 에로티시즘을 유려하게 오가는 연출,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성격의 인물들이 빚어내는 미묘한 마찰, 이 모든 것들을 함께 가는 우아한 플롯 진행 방식이 매혹적이었다는 평가다.


기본적으로 '아가씨'는 고전적인 스릴러 형태의 작품이다. 영화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고 그에게 접근한 백작,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고 아가씨에게 접근하는 하녀, 그리고 아가씨의 후견인 등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파국을 그리는 작품이다.

이들의 관계는 결국 거짓말이 핵심. 각 인물들이 서로 속고 속이면서 이야기는 전진하고, 이런 거짓말들 중에서 최소한의 진실을 확보하는 사람들이 남게 되는 서사다.

박 감독은 이날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거짓말은 예술이다. 또 다른 말로는 거짓말은 창조라고 표현해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예술이라는 것, 영화라는 것, 서사라는 것, 이런 것들은 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들면서 그 반대도 성립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같이 말했다.

칸에서 박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죄의식과 사랑이 서로 반영하며 무한히 증식하는 이야기"라며 "서로를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느끼는 죄의식, 거울을 보듯 나의 모습을 다른 이에게서 보았을 때의 감정적 딜레마, 그리고 사랑이 '아가씨'"라고 설명한 바 있다.

박 감독은 이날 자리에서 "이런 관계를 묘사하는 수단은 결국 시선과 눈동자의 움직임이었다"고 짚었다.

그는 "시점 쇼트의 주인공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또 어디를 보았다가 어디로 시선을 돌리는지, 그때 함께 있던 사람의 눈은 어디를 보는지를 통해 그들의 관계를 묘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의 이러한 설명은 소설 원작을 어떻게 영화로 구현할 것인지와도 관련이 있다. '아가씨'의 원작은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다. 박 감독은 "시점이 달라지면, 하나의 일도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고 했다.

박 감독은 '아가씨'가 오래 기억되는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100년 뒤에도 이 영화를 보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도, 적어도 블루레이로 제작돼 우리 자식 세대까지 봐주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며 "재미도 중요하지만 새로 볼 때마다 발견되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정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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