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 명화 ‘카사블랑카'에 출연했던 프랑스의 원로 배우 마들렌 르보가 다리 뼈 골절로 와병중이던 스페인에서 지난 1일 사망한 사실이 15일(현지시간)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2세.
마들렌 르보는 1942년작 ‘카사블랑카'에서 그리 큰 배역은 아니지만 결정적인 중요한 역, 즉 남자주인공 릭의 여자친구 이본이 독일 군인들 앞에서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다가 끌려나간 뒤 ‘프랑스 만세'라고 외치는 젊은 여성의 역할로 등장했다.
BBC는 고인이 ‘카사블랑카'에 출연한 배우 중 마지막 생존자였다고 전했다.
1923년 파리 남부에서 태어난 르보는 1939년 프랑스 영화 ‘곤경에 빠진 처녀들'로 데뷔했고, 이듬해 당시 남편이었던 마르셀 달리오와 함께 나치의 침략을 피해 미국으로 달아났다.
르보는 이후 워너 브러더스와 계약을 맺고 올리비아 드 해빌랜드 영화 ‘홀드 백 더 돈'(Hold Back the Dawn)과 에롤 플린의 권투영화 ‘젠틀맨 짐'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의 조연이나 단역으로 출연했다.
‘카사블랑카' 출연당시 르보는 겨우 19세였다.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한 남자주인공 릭의 여자친구가 독일군들 앞에서 ‘라 마르세예즈'를 를 부르고 있을 때 카메라는 르보의 눈물어린 얼굴을 확대해서 잡았고, 이 때 르보는 ‘프랑스 만세!'를 외치는 장면으로 유명해졌다.
‘카사블랑카'에 카지노 딜러 역으로 함께 출연했던 남편 마르셀 달리오는 르보보다 23세나 연상이었으며, 두 사람은 불화가 잦아져 영화가 개봉되던 해에 이혼했다.
노년에도 영화출연을 계속했던 르보는 마지막으로 출연한 프랑스 텔리비전 연속극을 끝으로 연기생활을 접었다. 르보의 유해는 화장한 뒤 앞으로 몇달 이내에 이탈리아에 있는 가족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차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