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한국계 배우 존 조 ‘주연놀이’…백인일색 할리우드에 일침

2016-05-13 (금)
크게 작게

▶ 블록버스터 영화 포스터에 아시아계 배우 합성해 ‘다양성’ 요구

‘백인뿐인 할리우드는 지겨워. 아시아계 주연은 어때?’

백인 배우에게만 주요 배역을 맡기고 아시아계 등 미국 내 소수 인종에는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는 할리우드에 네티즌들이 반기를 들었다.

‘해럴드와 쿠마’ ‘스타트랙’ 시리즈 등에 등장한 한국계 배우 존 조(44)를 내세워 할리우드의 고질적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 캐릭터 설정과 관계없이 무조건 백인을 캐스팅하는 것)을 통쾌하게 비꼬며 다양성을 주문한 것이다.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방송, 할리우드리포터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존 조 주연’(#StarringJohnCho)이라는 주제어가 트위터 등에서 화제가 됐다.

‘존 조 주연’은 할리우드 영화에 아시아계 배우가 주연으로 등장하면 어떨지 보여주자는 취지로 시작된 일종의 소셜미디어 운동이다.뉴욕에서 디지털 전략가로 일하는 윌리엄 유(25)가 ‘어벤저스’나 ‘제임스 본드’ 등 영화 포스터에 존 조를 합성한 사진을 트위터 계정과 별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가상의 캐스팅이지만 반응은 뜨거웠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존 조 주연’의 포스팅을 리트윗하면서 “정말 다 잘 어울린다” “존 조가 진짜 주연으로 나온다면 모조리 다 볼래” “저런 멋진 배우가 아시아계라고 저평가됐다” “할리우드에는 새로운 남자 주연배우가 필요해” 등의 의견을 나눴다.

네티즌들은 또 다른 영화 포스터에 존 조나 다른 아시아계 배우의 얼굴을 포토샵으로 합성해 공유하는 등 ‘주연 캐스팅 놀이’에 동참했다.

지난 9일에는 당사자인 존 조가 트위터에서 ‘존 조 주연’ 계정을 언급하며 하트모양 그림기호를 남겨 지지를 표했다.

또 ABC 방송의 ‘프레시 오프 더 보트’(Fresh Off the Boat)에 나와 인기를 얻은 대만계 여배우 콘스탄스 우(34)도 해당 계정을 팔로우해 힘을 실었다.


할리우드에서는 원작 설정을 무시하고 무조건 백인 배우를 선호하는 화이트 워싱 관행으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올해 말 개봉 예정인 ‘닥터 스트레인지’에는 티베트인 신비주의자로 틸다 스윈턴이 등장하고,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을 각색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셸’도 일본인 ‘구사나기 모토코 소령’ 역에 스칼릿 조핸슨이 캐스팅됐다.

지난해에는 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마션’에서 원작에 한국계 과학자로 설정된 ‘민디 박’ 역할을 매켄지 데이비스가 맡아 논란이 일었다.

캠페인을 시작한 윌리엄 유는 “아시아계가 로맨스나 히어로물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걸 볼 수 없다는 이야기가 지겨웠다”며 “존 조와 직접적 관계는 없지만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고 주연배우 자질을 갖췄다는 점에서 그를 앞세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영화에서 리더나 캡틴, 주위에 힘과 용기를 주는 인물로 나오지 않는다면 나도 그런 자질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어렵다”며 “이 문제는 미국 사회가 아시아계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