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수전(왼쪽)이 자기를 사랑하는 연하의 레지널드와 대화하고 있다.
‘오만과 편견’을 쓴 제인 오스틴의 초기 중편‘ 레이디 수전’이 원작으로 무지무지하게 말이 많은데 사뿐하니 경쾌하나 초경량급이다. 남녀 간의 애정문제를 다루고 있는데도 감정적 열기가 부족하고 깊이는없지만 올스타 캐스트의 좋은 연기와 수려한 풍경과 화사한 의상 등 보고 즐길 만은 하다.
그러나 영화라기보다 연극이라고 해야 더 어울릴 작품으로 부모와 그들의 자녀 등 직계가족은 물론이요 이들의 친척과 사돈의 팔촌을 비롯해 친구 등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누가 누구인지를 분간하기가 힘들다. 참고 기다리면 알게 되긴 하지만.
18세기 영국의 상류층 사람들의 생활과 관습 그리고 이들의 허세부리는 태도와 함께 위선과 시기와 질투 및 경쟁의식 등을 악의 없이 비판하고 희롱하는 오스틴의 성질이 그대로 나타난 작품으로 인간의 선의를 믿으면서 맺어질 사람들이 다 맺어지는 해피엔딩이다.
주인공은 남편도 없고 돈도 없는 레이디 수전(케이트 베킨세일). 수전이 거처를 시댁으로 옮기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수전은 잘생기고 순진한 연하의 레지널드(사비에르 새뮤얼의 역과 연기가 왕년의 휴 그랜트를 연상케 한다)의 마음을 사는데 둘은 자주 대저택의 뜰을 걸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이어 학교에서 쫓겨난 혼기가 된 수전의 딸 프레데리카(모피드 클라크)가 도착하고 이와 함께 프레데리카를 아내로 삼으려고 애쓰는 나이 먹고 돈 많고 경박하고 멍청한 제임스경(탐 베넷이 재미있는 연기를 한다)이 도착한다. 수전은 이 집에서 있는 것이 불편해지면 런던에 사는 미국인 친구 알리시아(클로이세비니)를 찾아가 둘이 재잘댄다.
길고 잡다한 소재의 얘기를 하는 주체는 수전인데 가십을 비롯해 자기 비하와 함께 자기 합리화를두루뭉술 엮어 계속해 지껄여댄다.
그런데 그 내용이 상당히 시대를 앞서 간 것들이다. 수전은 에덴동산의 뱀과 같은 유혹녀이자 간교한음모자요 바람둥이이며 또 치밀한 생존투쟁의 승리자로 그의 궁극적 목적은 남자를 잘 골라 자기와 함께 딸이 유복하게 사는 것.
수많은 사람들이 감나무에 연줄 얽히듯 얼기설기 섞여들면서 얘기도 배배 꼬이는데 마지막은 누이좋고 매부도 좋은 식으로 끝이 난다. 수전 때문에 한 젊은 유부녀가 울게 되긴 하지만. 베킨세일이 잠시도 쉬지 않고 종알대면서 열심히 연기를 잘 하고 나머지 배우들도 다 잘 한다. 아일랜드에서 찍었다.
인디 영화의 표본인 윗 스틸맨 감독. PG. Roadside Attractions.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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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