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
▶ “평화통일” 적대적 두 국가론 선 그어
▶ 9·19 군사합의 선제·단계적 복원 선언
▶ 일에는 “과거 직시하되, 미래로 나가야”
▶ ‘경제 동반자’ 띄우고 “신뢰 훼손 말길”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80주년을 맞아 북한을 향해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화 복원을 거듭 제안했다. 한일관계와 관련해선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며 과거보다 미래에 방점을 찍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해 "(북측에)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이같이 말했다.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맺었으나 2023년 11월 윤석열 정부 당시 북한이 전면 파기를 선언한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단계적 복원의 의지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평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거듭된 북한을 향한 지속적인 유화 정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이 대통령의 대북 유화책을 "허망한 개꿈"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엉킨 실타래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면서 "먼 미래를 말하기에 앞서 지금 당장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이 화답하기를 인내하며 기대하겠다"고도 했다. 경축사 초안에 없던 '인내하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두고 북한의 냉담한 반응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이 대통령은 "남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그 과정의 특수관계"라며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거리를 뒀다. 비핵화 목표는 재확인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썼던 '북한 비핵화'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남북, 그리고 미북 대화와 국제 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가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대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북미'라는 표현이 쓰였던 것과 달리, 이 대통령이 '미북'이라고 말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서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크게 존재한다"면서도 위안부, 강제동원 등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미래’에 초점을 맞췄다. 이 대통령은 일본을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고 규정한 뒤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능히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 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면서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겠다”면서도 일본 정부를 향해선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공교롭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이날 패전 80주년을 맞아 도쿄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행사에서 일본 총리로서는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이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면서 국가 간 신뢰를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