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를 기다렸다
▶ ■ 언론 시사 기자간담회
배우 차태현(40)이 15년 만에 ‘엽기적인 그녀2’(감독 조근식)로 돌아왔다. 달콤 살벌한 ‘그녀’는 1편의 전지현이 아닌 여성그룹 ‘에프엑스’의 중국인 멤버 빅토리아(29)다.
변화는 이뿐 아니다. 당시 대학생이던 견우는 학교를 졸업, 극적으로 대기업에 입사해 사회초년병이 됐다. 어린 시절 첫사랑인 중국인 ‘그녀’와 재회, 결혼도 한다. 전편이 대학생 견우의 연애 이야기라면 속편은 직장인 견우의 결혼 이야기다. 영화는 전지현이 연기한 ‘그녀’가 비구니가 되겠다며 폭탄선언하고 속세를 떠나면서 시작된다.
차태현은 4일 오후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엽기적인 그녀2’ 언론 시사 기자간담회에서 ‘전편의 그녀’ 전지현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조근식(47) 감독과 차태현이 참석했다. 언론시사회 일정이 한차례 조정되면서 중국에서 드라마를 촬영 중인 빅토리아가 부득불 불참했다.
차태현은 “‘엽기적인 그녀’는 내게 매우 소중한 작품”이라는 말로 전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견우가 전지현이 아닌 다른 그녀와 돌아오는 게 맞는지 고민이 컸다. 둘이 같이 안 하면 이 영화를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전지현씨께 미안하다.”
특히 비구니로 떠나보낸다는 설정이 마음에 걸렸다. “진짜 충격적이었다. 그 설정 때문에 내가 이 작품을 꼭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을 정도다.” 결국 작품과 견우 캐릭터에 대한 애정으로 마음을 바꿨다. 그는 “견우를 한 번 더 만나고 싶어졌다”고 표현했다.
“영화건 드라마가 됐건 웃음을 주는 게 연기자로서 내 개인적인 목표다. 감동을 주면 더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웃음이다. 이번 영화도 그런 마음으로 작업했다. 기존 영화팬들이 그녀의 빈자리에 속상할 수 있겠으나 이번 영화 또한 재미있게 보는 관객이 있으리라 본다.”
그는 “촬영 전에는 고민이 컸으나 현장에서 재미있게 찍었다. 오랜만에 견우를 만나서 반가웠다”며 속편에 대한 관심을 청했다.
조근식 감독은 비구니 설정에 대해 “그녀라면 이런 엉뚱한 선택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지현씨 비구니 설정으로 신성 모독죄, 불경죄에 가까운 욕을 먹고 있다. 마치 성경책에 낙서하고 벌 받기를 기다리는 학생 같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그녀가 아예 없는 사람이거나 죽은 설정도 고려됐다.
하지만 비구니로 확정한 이유는 견우에게 마음의 짐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견우에게 너무 큰 슬픔을 주면 영화가 너무 무거울 것 같았다. ‘늙고 귀여운 감독’의 재미있는 주석 정도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1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견우의 얼굴에 삶의 페이소스가 녹아들었다. 특히 견우의 직장생활이 뜻밖에 녹록지 않다. 사실 대학생 견우도 내세울 거 없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남자였다.
조 감독은 중국 현대미술작가 웨민쥔을 언급했다. 웨민쥔은 ‘냉소적 사실주의자’로 대표되는 작가로 입을 크게 벌리고 하얀 이를 드러낸 채 활짝 웃는 특유의 인물 캐릭터로 유명하다.
그는 “웨민쥔의 그림은 웃프다고 할까. 그림 속 인물이 견우의 얼굴과 겹쳐졌다. 견우의 모습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날 선 채로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공유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사랑받았던 영화였다. ‘엽기적인 그녀2’도 아시아 관객들에게 일상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웃음을 주면 좋겠다.”
중국 투자를 유치한 ‘엽기적인 그녀2’는 지난달 22일 중국에서 개봉, 4일간 누적매출 2,767만위안(약49억원)을 벌어들였다. 중국중앙(CC)TV가 21억원에 부가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 12일 개봉한다.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