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감독 조성희)에서 홍길동을 맡은 이제훈(32)은 이 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영화가 흥행해 속편이 제작되길 간절히 바랐고, 조성희 감독을 ‘대체불가한 감독’이라며 존경을 표했다. “내가 이렇게 멋진 작품에 출연하다니 너무 감사하다”는 태도까지 보였다.
‘탐정 홍길동’은 한국영화계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비주얼로 눈길을 끈다. 미국이나 유럽식 ‘그래픽노블’의 장면들을 보는 기분이다. 바바리에 중절모를 쓴 홍길동이 악당을 처단하는 이야기로 탐정영화 혹은 히어로물의 공식을 따른다. 악당보다 더 악랄하고, 정의구현보다는 사적 복수도 서슴지 않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다크 히어로에 가깝다.
불법 흥신소 활빈당의 수장인 홍길동(이제훈)이 어머니를 죽인 원수 김병덕(박근형)을 찾아 복수하려는순간, 김병덕이 두 어린 손주만 남겨둔 채 의문의 조직 광은회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CG로 정교하게 다듬은 독특한 비주얼과 장르와 시대가 불분명한 스토리가 낯설면서도 참신하다.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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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나 음악까지 들어간 버전을 보고 되게 새롭고 독창적인 영화가 나왔다고 배우들끼리 흥분했다. 조성희 감독이 상상한 비주얼을 현실로 구현했구나, 이렇게 독특한 색채의 영화를 만들 감독이 대한민국에 몇이나 될까. 아니 대체불가다. 한 장면만 봐도 조성희 영화인 줄 알 수 있다.”
소품이나 세트 등 비주얼에 공을 들인 영화라 촬영 전 스토리보드가 완벽하게 짜여 있었다. 배우 역시 그 화면의 일부로 존재해야 했다. 답답할 법도 한데 이제훈은 재미를 느꼈다. “감독이 짜놓은 프레임 안에서 놀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렇지만 자율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배우가느끼는 감정은 자유롭게 내던지길 바랐다.”
홍길동의 복수 여정에 동행하는 두 소녀를 떠올리면 미소가 난다. “아이들을 좋아한다. 두 아이가 너무 귀여웠다. 특히 말순 역할의 김하나는 연기경력 전무했다. 감독과 내가 일대일로 연기지도하면서 말순 캐릭터를 이끌어내야 했다. 과정이 녹록치 않았는데, 말순이가 날것의 느낌의 연기를 할 때마다뿌듯했다. 두 아이 덕분에 내가 어른이 되지 않은 피터팬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게 홍길동을 연기하는데 좋은 영향을 줬다.”
극중 김성균과 이제훈은 이복형제다. 하지만 두 형제의 운명은 극과극이다.
극중 김성균은 검은 조직 광은회의 숨은 실세 강성일로 홍길동이 속한 활빈당과 맞서 싸운다. “광은회의 수장 홍상식.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못한다. 이복형제 강성일은 싸움을 잘하나 홍길동은 사격술만 뛰어난다. 머리로 싸운다.”
이제훈은 이번에 영화 홍보를 위한 예능출연도 불사했다. 입대 전 KBS2TV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게 다인 그는 이번에 SBS TV ‘런닝맨’과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다.
"주연배우로서 책임감도 있었고, 생각의 변화도 생겼다. 과거에는 작품 안에서만 존재하길 바랐다면, 요즘은 나를 감추기보다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제대복귀작인tvN 드라마‘시그널’로 대중적 인지도가 부쩍 높아졌다.
“촬영장에 사람들이 몰렸고, 남녀노소 구분 없이 알아봐줘서 놀랐다. 박해영이라고 캐릭터 이름을 불러줬다. 사랑받는 게 이런 것구나 실감했다. ‘시그널' 속편이 제작되면 무조건 참여한다.”
이제훈은 청춘영화 ‘파수꾼’와 멜로드라마 ‘건축학개론’에서 선보인 섬세한 내면연기로 주목받았다. 마냥 정적일 거 같았는데 평소 야구보기를 즐기고운동으로 몸을 관리 중이란다. “알고 보면 활동적인 남자다. 몸으로 치고받는 액션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다. 평생 연기하고 싶은 사람으로서 젊은 시절의 다양한 모습을 영화로 남기고 싶다. 멜로도 찍고 싶다. 기회가 되면 김혜수 선배와 작업하고 싶다.”
지금은‘탐정 홍길동’이 관객들에게 사랑받길 바란다. 그래야 그가 그토록 바라는 속편제작이 단지 바람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