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밥먹을 때 똥 생각, 똥눌 때 밥 생각
2016-05-04 (수) 06:28:02
마승연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대학입시 때 주변에서 권하던 교대를 가지 않고 역사라는 비인기학과를 선택했고, 졸업 후 국제대학원을 포기하고 회사에 들어갔으며, 결혼할 때는 재미없고 도서관 데이트를 즐기는 남편을 선택했다.
지금 와서 보면 교대를 가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 눈으로 볼 때 아까운 선택이다. 고등학교 교사 친구의 말이 지금은 전교 1등부터 10등까지 서울교대를 간다고 한다. 얼마전 남편에게 “그래도 내가 거길 안가서 당신과 결혼했지”라고 했더니 “교대 나왔으면 의사나 판/검사랑 했겠지”라고 한다. 그럼에도 다시 선택해도 역사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국제대학원도 집안의 부담을 줄여보고자 경력을 쌓고 가겠다는 생각으로 방향을 바꾸었는데, 막상 회사에서 경영/경제를 배우는 것이 즐거웠다. 그 덕에 남편과 다시 만나, 결국 미국까지 왔다. 한국에서 S기업을 때려치고 여기 올 때 엄마는 가슴 아프셨겠지만, 나는 아깝기보단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가 더 컸다.
그러고 보면 나는 현재 선택한 상황에 잘 적응하고 만족하는 사람이다. ‘밥먹을 때 똥 생각, 똥눌 때 밥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엄마를 선택한 일에서는 그랬다. 아이를 낳고 집에서 아이랑 둘만 지내니, 호르몬의 영향인지 울컥하는 마음에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아이를 낳고 6개월만에 아기를 시아버지께 맡기고 공부를 했고 그 후엔 다니던 회사에서 이곳에 투자한다는 연락을 듣고 다시 일을 하겠다며 들떠 있었다. 그러다 일을 하려고 생각하니 우리 아이만 부족해 보이고, 나 없으면 안될 것 같다는 집착과 불안으로 결국은 아무것도 못한 채 짜증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 이후에 나와 어긋나 있던 아이와의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과 수업을 받아야 했다. 엄마가 되기로 한 일은 내가 원해서 선택한 삶인데 나는 이 삶을 즐기는 방법을 몰랐다.
지금 둘째는 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도망간다. 그 아이가 귀여워 바라보고 웃는다. 지금에 와서 첫째아이와 즐기지 못했던 시간을 후회하지만, 엄마도 학습이 필요한 직업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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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승연씨는 2000년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SK 글로벌에 입사해 마케팅/ 재무/ 기획 업무를 수행했다. 2008년 미국으로 이주해 현재는 두 딸의 엄마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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