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로 1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6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이 “예상치 못한 의외의 결과”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2일 오전 11시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칸은 모호하고, 찜찜함이 남는 예술영화를 선호하기 때문에 경쟁부문에 초청될지 몰랐다. 경쟁보다는 비경쟁인 미드나잇 부문에 어울릴 거라고 봤다”고 했다.
‘아가씨’는 할리우드에 진출, ‘스토커’를 연출한 박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한국영화다. 한국영화계에 4년 만에 칸 진출 낭보를 안겨준 화제작이기도 하다.
“내 영화 중 가장 이채로운 작품이 아닌가. 우선 대사가 많고 주인공이 네 명이며, 러닝타임이 길다. 굉장히 아기자기하다. 잔재미가 가득하다.”
특히 “누구나 공감할만한명쾌한 결말과 해피엔딩”이라는 점이 다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의 영화일까?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조선이 무대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아가씨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백작,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 그리고 아가씨의 후견인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민희가 사연을 감춘 귀족 아가씨 ‘히데코’를 연기했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읜 그는 유일한 혈육인 한국의 이모에게 맡겨진다. 하지만 이모가 죽으면서 이모부(조진웅)를 후견인으로 두게 된다. 거대한 저택에서외롭게 자란 아가씨는 서재에서 책을 낭독하거나 뒷동산을 산책하는게 일과의 전부다. 신경쇠약으로 밤에 잠도 이루지 못하는 그녀는 새로 들어온 하녀 숙희(김태리)의 보살핌에 안정을 찾고, 백작(하정우)의 과감한 유혹에 혼란을 느낀다.
극중 김민희를 유혹하는 ‘백작’은 하정우가 맡았다.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꾼 백작 역할이다.
일본인 귀족인 척 하지만 사실은 제주도 머슴과 무당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이다. 무엇이든 빨리 배우고 습득하며, 능수능란한 말솜씨와 타고난 매력으로 많은 여자를 사로잡아온 카사노바이기도 하다.
백작은 귀족아가씨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무려 3년간 준비한다.
귀족 수업을 받고 일본어를 익히며 영국 귀족의 자제들이 교육받는 미술수업도 받는다. 미술수업을 빌미로 아가씨에게 접근하며, 자신의 정보원으로 전설적인 여 도둑의 딸로 태어난 숙희를 고용한다.
신예 김태리가 연기한 숙희는 죽음에 직면한 어미가 장물 거래소 ‘보영당’에 맡겨, 소매치기로 자란 아이다.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는 재주를 지녔고 성격도 당차다. 1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박탈된 신인이다.
조진웅이 아가씨의 이중적인 후견인 ‘코우즈키’로 분했다. 몰락한 귀족의 딸과 결혼해 신분상승에 성공한 인물이다. 희귀본 서책과 그림, 골동품 수집이 취미며, 가짜본을 만들어 낭독회를 하고 경매를 하며 부를 축적한다. 위본을 만들 전문가로 백작을 만난다. 백작과 어떤 거래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가 원작이다. 하지만 원작자가 다른이야기 같다고 말할 정도로 박찬욱의 언어와 스타일로 각색됐다.
박 감독은 ‘아가씨'에 대해 “극전반전이 있는 스릴러”라고 소개했다.
“‘올드보이’때가 떠올랐다. ‘올드보이’의 프로듀서였던 임승용 용필름대표가 원작을 들고 와서 다짜고짜 안겼다. 아내들의 추천이 있었다는 점이 그때와 다르다.” ‘올드보이'는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었다.
그는 “임 대표 아내가 먼저 추천했고, 우리 부부가 원작을 같이 읽은 뒤 제 와이프가 차기작으로 ‘핑거스미스’를 하라고 추천했다”고 비화를 들려줬다.
“워터스는 아직도 과소평가된 작가 같다. 그의 다른 소설도 다 읽었다. 내 영화 ‘스토커’ 영국 개봉 당시 VIP시사에 초대했다. 시나리오를 보내줬는데 잘 써줬다고 말해줬다. 원작과 상당부분 다르니까 원작으로 바탕으로 했다기 보다는 영감을 받았다고 표기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 원작은 빅토리아 시대가 무대다.
박 감독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로바꿨다. “신분제도가 남아있고 근대기관인 정신병원이나 자본가가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는 시기가 바로1930년대였다. 시각적으로 한국과일본, 일본을 통해 들어온 서양문물이 공존하는 시대라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전작들과 다른 점도 꼽았다. “대사가 많고 주인공이 네 명이며, 굉장히 아기자기하며, 잔재미가 가득하다. 특히 대사가 많다는 것은 만드는 입장에서는 큰 차이”라고 비교했다. “원작에서 가져온 대사는 별로 없다. 시대극이라 요즘 일상어 말투에서 벗어나야 했다. 멋진 수사나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묘미가 있는 대사를 시도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날 제작발표회에는 300여명의취재진이 참석해 ‘아가씨’에 대한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국내에 특파원을 둔 버라이어티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지와 한류매체 취재진도참석했다.
한편 ‘아가씨’는 오는 14일 프랑스 칸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한국에서는 6월중 개봉한다.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