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결혼과 행복
2016-04-28 (목) 03:48:40
양벨라
내 어머니는 만 16세에 결혼을 하여 자녀를 낳고 사셨고, 난 26세에 결혼을 하였다. 서른 둘레에 선 두 딸과 40줄에 선 조카들은 자신들 성취에 몰두해 결혼을 미룬다. 모두들 자기만 그런 건 아니라고 항변한다. 지금 젊은이들은 결혼은 꼭 해야 하지 않아도 될 일로 나이와는 무관하다고 인식하고 비혼이 는다고 한다. 부모의 삶이 부정적인 결혼관을 갖지는 않았을까! 자녀들에게 행복의 이미지 모델로 살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결혼이 행복의 조건이냐고 묻는 애들에게 행복의 조건이라고 단정하여 얘기했다.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상을 갖고, 자식을 얻는 일이고 혈연으로 가족이 형성되면 가야 할 길이 정리되어 안정감이 든다고 일러주었다. 미국에는 환자 병실마다 가족사진으로 벽을 꾸며 놓는다. 환자들의 삶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을 기억하고 떠나도록 그리고 치유되도록 하는 풍습이다. 그들도 평범한 일상을 최고의 행복으로 아는 듯하다.
만리동 고개턱에 자리잡은 우리 집엔 트럭에 야채를 싣고 팔러 다니던 아버지와 딸이 있었다. 덤도 없고, 가격도 빡빡한 아버지에 비해 사람들은 그 딸에게 사기를 좋아했다. 어느 날엔 술이 거나하게 취한 깍쟁이 야채장사가 사람들에게 열무며 감자며 막 퍼주었다.” 다 가져가쇼! 내가 딸도 남 주었는데 이것이 뭐가 아깝다고… 귀한 딸도 남 줘버렸는데,” 하였던 그 아저씨가 몹시 슬퍼 보인 적이 있었다. 내가 결혼할 때도 아버지 얼굴에서 그 야채장사의 모습이 보였었다. 하지만, 공부 많이 시켜 귀하게 기른 딸, 아들을 남 주지 못해 안달인 지금 한국 부모는 짝만 만나도 감사할 일이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고 좋은 사람을 만나 시작하려는 환상적 결혼에는 자기도 모르게 훌쩍 자라서 흐뭇하고 든든한 친구같은 자식은 없을 것 같다. 덜 갖추어진 그대로 부모보다 더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대상을 만나기를 바란다. 에미가 되어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 젖을 먹는 아이마다 손가락 하나를 엄마 입에 넣어주고 엄마를 쳐다본다. 엄마에게도 뭔가 줄 것을 찾고는 자기 손가락을 빨게 하는 것이다. 딸들이 이런 행복을 알았으면 좋겠다. 내일의 성취를 위해 ‘오늘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라’는 유명한 하버드 대학 탈 벤 사하르 교수의 말 대신에 난 부모로서 ‘오늘의 성취를 위해 미래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라’고 일러주고 싶다.
<양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