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호의

2016-04-26 (화) 04:08:59 이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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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덕분인지는 몰라도 여러 사람들로부터 많은 호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원래 우리 엄마는 내 이름을 ‘은혜’라고 지으셨다. 하지만 엄하셨던 시어머니가 이름을 뒤집으라는 명령을 하셔서 내 이름은 ‘혜은’이 되었다. 난 내 이름을 좋아한다. ‘은혜’라는 단어는 ‘ 호의’ ‘친절’이다. 그리고 은혜는 기쁨, 즐거움, 달콤함, 매력, 사랑스러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받을 자격이 없는데 주어지는 친절함으로 쓰이기도 한다. 헬라어 사전을 통해 난 많은 보물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린다.

‘기뻐하다, 기쁨’도 같은 어원에서 왔다. 기뻐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호의를 받고 호의를 베풀 때 기쁨이 솟아나는 것을 경험한다. 도무지 기쁨이 없을 때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호의를 베풀어 보라. 분명히 기쁨을 거둘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올 기쁨을 기대하면서 기뻐하는 것도 멋진 방법이다.

‘용서하다’도 같은 어원이다. 용서는 은혜를 연장하다(extend), 은혜를 표현하다(show), 은혜를 연습하다(exercise)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용서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때론 불가능한지를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미워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또는 저절로 되지만 용서는 노력해도 쉽지 않다. 용서하고 싶어도 용서가 되지 않아 괴로운 시절을 지낸 기억들이 있다. 호의를 연습하는 것이 용서인데 더 아름답게 늙으려면 이 운동을 적당히 해야 하는데 참 어려운 것 같다.


‘감사하다’도 같은 어원에서 왔다. 감사함으로 어려운 기간들을 지내며 훈훈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이웃들이 기억난다. 일본의 나병환자의 어머니라 불리우는 다마끼 여사는 한센병 환자들을 위하여 요양원을 만들고 그들을 돌보다가 어느 날 자신도 감염된 사실을 알고는 이렇게 자신의 일기에 적었다. “영의 눈이 열려 모든 것이 감사하다. 눈썹이 빠지면서 눈썹의 고마움을 깨달았다. 눈썹이 없으면 먼지가 눈에 들어가 이렇게 괴로운 줄은 미처 몰랐다. 하나님께서 눈을 지켜 주시려고 눈썹을 주신 것처럼 나에게 한센병을 주어 감사를 알게 하시고 영생을 보게 하셨다.”

헬라어로 보면 은혜, 기쁨, 용서, 감사, 카리스마가 같은 식구들이다. 모습이 닮았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받은 많은 호의들을 나도 이제 베풀면서 살아가고 싶다.

<이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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