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신의 예정조화

2016-04-25 (월) 03:41:29 이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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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호기심도 많고 삶에 대한 의문점도 많던 나는 어릴 때부터 철학 책들을 좀 즐겨 읽는 편이었다. 그러나 철학을 심도있게 공부한 사람도 아니고 여러 종류의 철학을 많이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도 없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접했던 여러 철학자들 중에서 내가 가장 흥미를 느끼고 좋아하는 서양의 철학자는 라이프니츠(G.W. Leibniz)이다. 15살에 대학에 입학하여 20살에 박사학위를 받은 그의 전공은 법률이었으나 라이프니츠는 거의 모든 분야의 학문에 업적을 남겼을 정도로 드물게 보는 천재였다. 조숙하고 학문적 원숙성을 일찍부터 지니고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 라이프니츠가 가장 관심을 가진 기초적인 학문은 수학이었는데 뉴턴과는 별도로 미적분학을 창안해냈을 정도였고 물리학에서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예견했다고 한다.

라이프니츠의 철학에 따르면, 세계는 무수히 많은 각각 독립적이고 서로 관계가 없는 모나드(단자, monade)의 실체, 즉 생기 아니면 힘의 단위로서 자신 속에 전 우주를 표상하는 ‘우주의 거울’로서 구성된다고 한다. 모나드는 개체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똑같은 단자는 없고 모두 각각 독특한 방법으로 우주 전체를 반영하고 외부로부터 완전히 단절되어 있어서 창이 없는 거울이라고 생각했다.

단자들은 여러 종류들이 있는데 무의식적인 존재와 마치 몽상과 같은 혼미한 상태에 있는 최하층 물질적 단자부터 인간의 정신과 같은 의식과 영혼을 소유한 단자도 있고 가장 높은 단자는 신의 전지전능한 힘을 지닌 무한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질과 정신은 단지 정도의 차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독립적이고 창이 없는 단자들을 스스로 존재하게 만들고 서로 상호 관련 짓고 세계의 질서와 통일을 형성하는 것은 신에 의한 예정조화라고 한다.

라이프니츠에 의하면, 신은 최고의 이성과 지혜와 자비로써 최선의 세상을 설계하고 창조했지만 우리 인간들은 이 좁은 생활 범위에 얽매여 피조물 전체의 질서를 관망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것을 더욱 잘 알 때까지 기다려라. 그 눈으로 특히 완전한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부분을 관찰하라. 그러면 그대들은 모든 상상을 초월한 정교한 미를 그 속에서 발견하리라.”불혹의 나이를 지나 지천명의 나이로 다가갈수록 절대 의식의 뜻을 점점 더 헤아리게 된다.

<이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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