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아 토요일 오전, 오랜만에 좀 큰 파머스 마켓에 가족 나들이를 갔다. 아이들도 나도 이것저것 사먹고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돌아 나오다가 한 베이커리 테이블에서 밀가루와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빵을 발견하곤, 파는 사람에게 다른 재료들과 섞이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한봉지를 사왔다.
둘째 아이가 먹으면 안되는 것은 “아야”라고 아는데, 점심에 새로운 빵을 주니 “아야 빵?” 하고 물어왔다. 나는 밀가루와 계란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샌드위치를 만들어줬다. 아이는 한 두 입을 먹자 마자부터 기침을 시작했고 “빵때매, 빵때매” 하면서, 다른 알러지 반응과는 다르게 계속 기침만 해댔다. 알러지 약을 먹이고 괜찮아 지려는지 기다리다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아이를 억지로 토하게 했다.
토하고 약을 또 먹고도 기침이 계속되어, 코에 직접 뿌리는 약을 쓰고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주사약을 쓰고 응급실로 가야 하는지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한참 설명을 들은 간호사가 “약 한 번 더 먹으면 괜찮을 거다. 그리고 혹시 자다가 숨이 막히면 잠을 깨고 숨을 쉬려고 하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하는데, 갑자기 겁이 나고 목구멍이 콱 막히면서 눈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다행히 약을 더 먹고, 코에 뿌리는 약을 한 번 더 하고서야 아이의 기침은 진정이 되었다.
매번 조심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았는데, 그리고 절대로, 절대로 파는 사람이 안전하다고 하는 말을 믿지 말았어야 하는데 내가 그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늘 사고는 이렇게 잠깐의 방심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과연 이번에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답이 없는 문제를 남겨놓는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아는 음식이 아니고는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는 이런 위험이 있다.
그리고 아직 둘째 아이는 경구 면역 치료(Oral Immunotherapy)를 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물어보는 나에게 자꾸만 동문서답을 한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기를 기대했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둘째 아이는 다음날, 알러지 반응 때문이었는지 무슨 이유인지 기침 콧물 고열을 동반한 몸살로 앓아 누웠다. 하루종일 먹고 토하고... 힘들게 잠들었다가 기침하고 깨고, 하루동안 먹인 약의 종류만 여섯 가지가 된다. 아이가 아플 때는 나도 하루종일 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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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