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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작년 지하철 사고, ‘추락’ 아닌 ‘투신’이 맞다”

2016-04-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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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심경 처음으로 밝혀…예수 일대기 영화 준비 중

배창호 “작년 지하철 사고, ‘추락’ 아닌 ‘투신’이 맞다”

배창호 감독은 18일 서울광장에서 한국영상자료원이 주최한 ‘한국영화 100년 사진전’에 참석해 연합뉴스에 ”당시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것이 아니라 투신한 것이 맞다”고 말했다. << 문화부 기사 참조 >>

배창호(63) 감독이 지난해 6월 지하철 승강장 사고의 경위와 심경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배 감독은 18일 서울광장에서 한국영상자료원이 주최한 '한국영화 100년 사진전'에 참석해 연합뉴스에 "당시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것이 아니라 투신한 것이 맞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투신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눈을 떠보니 열차 바퀴 밑이었다"고 설명했다.


배 감독은 지난해 6월 1일 새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티역 승강장에서 선로 가운데에 쓰러진 상태에서 전동차가 몸 위로 지나가는 사고를 당했지만, 다행히 가벼운 부상에 그쳤다. 당시 CCTV를 통해 승강장에 홀로 있다가 선로로 뛰어내리는 장면이 확인돼 투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배 감독은 "당시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고 했다.

또 "2007년부터 예수의 일대기에 대한 시나리오를 써왔다"면서 "지난해 2월 시나리오 집필을 마무리하고 3개월 동안 작품에 대한 부담감에 수면 장애가 심했다"고 털어놨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배 감독은 "내가 과연 이 영화를 만들 자격과 믿음이 있는지에 대한 강박과 혼란이 극심했다"고 덧붙였다.

배 감독이 약 10년에 걸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제작을 추진 중인 이 영화는 외국 배우 캐스팅을 염두에 둔 종교 영화다.

영화에 대한 앞으로의 추진 계획을 묻자 배 감독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사고 이후 많은 영화 팬들의 성원과 관심에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인의 삶을 꿈꿨던 배 감독은 1980년대 충무로 황금기를 이끈 감독이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종합상사의 아프리카 주재원으로 일하던 중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 날' 조감독으로 충무로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꼬방동네 사람들'로 충무로에 정식 데뷔한 배 감독은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기쁜 우리 젊은 날', '황진이' 등 1980년대를 대표할 만한 영화를 다수 연출했다. 이 시기 그의 영화들은 '청춘'의 상징이었다.

배 감독은 1982년 대종상 신인감독상과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 1983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감독상, 1985년 대종상 감독상, 1987년 황금촬영상 감독상 등을 휩쓸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영화산업 전반이 충무로 제작사 중심에서 대기업 계열 투자배급사와 멀티플렉스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원로 감독들이 대부분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 배 감독은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갔으나 영화 제작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행사에서 많은 시민이 배 감독을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거나 악수를 청했다. 배 감독은 "걸출한 대선배들과 내가 어깨를 나란히 하다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했다.

한편, 이날 행사 개막식에는 배 감독 외에도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 이경숙 영상물등급위원장, 임권택 감독, 배우 신성일 등이 참석했다.
배창호 “작년 지하철 사고, ‘추락’ 아닌 ‘투신’이 맞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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