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한국어 가르치기
2016-04-15 (금) 01:36:47
황선옥
집 근처 도서관에는 목요일 오전마다 스페인어, 중국어, 일본어 등의 다양한 언어로 진행되는 스토리타임이 있다. 가끔씩 가보면 주로 반 이상이 중국인이고 외국인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한국 아이들도 종종 보인다. 재작년 밀브레 시 도서관에 한국 섹션이 생기고 한인 문화 축제를 2년 연속 가지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을 느낀다.
생각해보면 미국에 살면서 한번도 한국말로 된 스토리타임을 경험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얼마전 좋은 기회가 생겨 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어로 된 스토리타임을 시작하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처음으로 스무 명 쯤 되는 아이들과 한국어로 책을 읽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에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둘째 아이 또래의 외국 아이들과 그 엄마 아빠들 앞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다음부터는 무엇보다, 두 세 살 짜리 아이들의 초 단위의 짧은 집중력을 잘 공략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크게 욕심을 부리지 말고 영어로 책을 읽으면서 간단한 단어 정도만 소개해 주고, 한국 동요를 같이 부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씩 늘려가다 보면, 한국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스토리타임을 마치고 도서관에서 나오는데, 한 외국인 아이가 엄마한테 영어로, "엄마, 저 아줌마가 한국말로 스토리타임을 했어요"라고 아는 척을 했다. 그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를 했지만 오히려 내가 너무 고마워서 그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다.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국말을 어떻게 잘 가르쳐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한글학교에 보내고, 그림 일기를 쓰게 하고, 되도록이면 한국 친구들과 플레이데잇을 만들어주고, 한인 성당에 나가도 아이의 한국어 실력은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물론 가장 기본은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고, 책을 같이 읽으며 눈과 귀를 끊임없이 한글에 노출시키는 일이다. 또래 아이들에 비하면 그래도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 사는 사람들 귀에는 영 어설프게 들린다고 하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보니 한국 아이들과 놀 때, 아이들이 서로 영어를 쓰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한국말 쓰기를 종용한다. 그런데 다른 엄마한테서 언제까지 애들한테 한국말을 쓰라고 잔소리를 할 거냐고 타박을 들으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가정을 찾기는 참 쉽지 않은 것을 느낀다. 이것도 역시 나만의 욕심인 것 같다.
<황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