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4월 16일

2016-04-11 (월) 03:33:07 이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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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은 내 생일이다. 근데, 내 생일날인데도 마냥 즐거워 할 수도 기뻐할 수도 없는 날이 되어 버렸다. 이젠 생일과는 다른 의미로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2014년 4월16일, 사실 미국이 4월16일이면 한국은 4월17일이었고 나는 원래 이 날 친구들하고 외식하기로 되어 있는 계획을 취소하고 집에서 그 전날부터 계속 세월호 사건을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로 보고 있었다.

내 생일날 이 날처럼 펑펑 운 적도 없었고 남을 위해 애타게 기도한 적도 없었던 거 같다. 잠도 아껴가며 생중계로 세월호 사건 전말을 며칠동안 지켜 봤지만 지금까지도 이해못하는 것들 투성이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그때 당시부터 지금까지 너무나도 많은 의문점들이 있지만 참사 2주기가 되도록 진실 규명조차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를 않는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생때같은 어린 학생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300여 명 전체가 다 찬 바다속에서 생으로 수장 당하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 보고만 있었다. 솔직히 팽목항에서 계속되는 인터넷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면서도 뭔가 이상한 것들을 많이 느꼈었지만 설마 그래도 구해 주겠지 하면서 일말의 희망을 놓지 않고 끝까지 지켜 봤지만 결국에는 단 한명도 구하지 않았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람도 이때 상황을 생각하면 이렇게 피가 끓을 듯 하는데 그들의 부모님이나 가족들의 심정은 정말 오죽할까…

세월호 침몰이 차라리 단순한 사고였었다면, 다 구하지는 못 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구할려고 노력이라도 했었다면, 이 참사 중이나 후에 정부의 대응들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이었더라면 이렇게 많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고 많은 사람들의 울분과 공분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의 불신과 의혹이 생기는 투명하지 못한 대응 방식을 멈추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세월호를 인양해서 모든 진실을 밝혀주길 원한다. 가슴에 묻은 어린 자식들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유가족들은 알 권리가 있지 않은가.

<이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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