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국무부가 최근 트위터에 “미국에서 (외모점수가 10점 만점에) 10점이 아니면 해외에서도 10점이 아니다. 비싼 술을 사주겠다는 유혹이나 도둑을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여행정보 글을 올렸다가 비난이 일자 삭제하고 사과했다.
봄방학을 맞아 해외여행을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주의 차원에서 이런 글을 올렸다는데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며 무시했다는 네티즌들의 분노가 높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는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남성이나 여성을 독립적 인격체가 아닌 생김새로 판단한 이 글이 공공문서에 올랐다니 놀랍다.
그런데 사람과 달리 겉모습에 대한 시점이 농산품에서는 달라지고 있다. 3월에 나온 내셔널 지오그래픽지는 사람의 다리처럼 두 개로 갈라진 당근, 비틀어진 고구마, 푹 들어간 양파, 일그러진 피망 등 못생긴 농작물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식량 문제를 거론했다.
2050년까지 인구가 최소한 20억 명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인구를 먹이자면 현재의 음식낭비 습관을 고쳐야함은 물론 못생긴 농산물에 대한 아름다움의 개념이 재정리되어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 못생긴 농산물은 구박을 받았다. 사실 맛은 똑같은데 사람들은 이상하게 생긴 과일과 채소를 기피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약 25억 Kg의 과일과 채소가 수확되지 않거나 판매되지 않는다. 농부들이 자신이 생산해 낸 농산물의 30%가 미관상 이상하면 버린다고 한다.
소매 매장에 가기도 전에 매립지에 버려진 농산물이 부패되면 메탄을 내뿜는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에 21배 더 기여한다. 그만큼 지구가 더 해를 입는다. 잘 사는 나라 미국에서도 7명 중 1명이 끼니를 걱정한다는데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이 기아 인구의 두배 이상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수확하지 못해 들판에서 썩어가는 식량, 모양이 이상하다고 팔리지 않는 채소, 먹지 않고 남겨서 식당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음식 등등 우리의 식량 낭비는 끝이 없다.
당장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배가 불러야 먹었다고 생각하는 습관부터 고쳐 적당한 양을 주문하고 장을 볼 때도 지나치게 많이 보아 냉장고 안에 있다가 얼거나 상해서 버려지는 식품이 없는지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작년 8월부터 식량낭비제로포럼 주최로 ‘못생긴 음식 낭비를 줄이자’는 캠페인이 시작됐고 프랑스의 대형 수퍼마켓 인터마르셰는 ‘못생긴 과일과 채소’ 캠페인을 벌여 식량 낭비에 대한 경각심을 주었다. 그로테스크한 사과, 흠이 있는 가지, 뿔이 여러 개 달린 감자 등을 예쁘게 생긴 과일과 채소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올 4월부터 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 소재 임퍼펙트는 농부들로부터 기이하게 생긴 농산물을 구입해 그 지역의 유기농전문점 홀푸드( Whole Foods) 마켓에 ‘못생긴 농산물’ 코너를 시범적으로 열었다.
미 대형마트 트레이더 조는 매사추세츠주에 비영리 수퍼마켓을 열어 신선도가 떨어지는 농산물과 버려지는 못생긴 과일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중이다. 앞으로 유니온 스퀘어 그린마켓에서도 못생긴 농산물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못생긴 과일과 채소를 싸게 팔면 가난한 사람들이 쉽게 사 먹을 수 있고 농부도 피땀 흘려 가꾼 농산물로 조금의 이윤을 더 챙길 수 있을 것이고 지구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못생긴 농산물은 이렇게 구제가 되는데 사람이 못난(외모가 아닌 성격이상이나 인품결함) 것은 아무데도 쓸모가 없다고들 한다.
비열, 치사, 비겁, 위선, 탐욕, 무례 등등 못난 사람에 따라다니는 단어다. 바른 마음, 바른 정신, 바른 태도, 그 어느 때보다 눈에 들어오는 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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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