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용의 매력에 심취하게 된 근원은 여고 1학년 때 해봤던 마스게임이다. 당시엔 전국체육대회개회식이 서울운동장에서 개최됐고, 개막식 꽃은 청소년들의 마스게임이었다. 그 마스게임은 풋풋한 내 여고시절의 곱디고운 추억의 한 페이지다.
그럼에도 춤을 싹 잊은 채, 파도를 타듯 격랑의 세월을 살다보니, 어느새 실버세대였다. 그때 춤이 다시 내게로 왔다. 친구가 집 동네 커뮤니티센터의 무료라인댄스클래스에 데리고 갔던 것.
사오십 명이 가지런히 서서 춤추는데 70%가 서양할머니들이고 30%가 한국인과 중국인들이다. 선생도 마침 동년배의 중국할머니라 교감이 더 잘됐다. 라인댄스를 하다 보니 등허리가 곧게 펴져 자세교정에 좋다.
또 빨리 뇌가 암기한 동작의 지령을 발이 착착 이행해줘야 된다. 왜 의사들이 기억력증진과 치매예방에 최고라며 적극 권유하는지 감이 온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라인댄스를 한지 13년째다. 인제는 서로가 이름도 알고, 학창 때 교실의 정해진 자리마냥 각자 서는 위치도 기억하며 화기애애하다.
한동안 활기 넘치는 에어로빅과 비슷한 라틴댄스동작인 줌바(Zumba)클래스를 병행했다. 마음 아프게 줌바선생이 작고하신 후 클래스가 사라져 아쉽던 차, 친구가 옆 동네 커뮤니티센터의 카디오 댄스반의 동참을 권했다.
나소카운티의 은퇴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지만 낯설어 도외시했던바. 가보니 그게 아니다. 애써 순서 외울 필요 없이 기본 스텝인 차차차와 맘보 두 가지에 곁들인 선생의 독창적인 안무를 따라 하면 되는 거였다.
젊은 남자선생이, 음악 바뀌는 짧은 짬에 1갈론 생수 통을 통째로 들고 마시면서 1시간 내내 유쾌하게 운동을 이끈다. 선곡한 노래들도 귀에 친숙해 더 즐겁다. 일테면 ‘핼로 돌리’, ‘떡갈나무에 노란 리본을 묶으세요’(Tie a Yellow Ribbon The Old Oak Tree)같은 아류니까. 라인댄스는 다리와 발로 리듬을 타는데, 이건 맨손체조가 겸비된 전신운동에 가깝다.
홀이 넓어 육칠십 명 정도인데 춤 실력 유무랑 무관이라, 고령의 할머니들과 동반한 할아버지도 네댓 명 된다. 간병인을 대동한 할머니 한 분은 휠체어에 앉은 채, 음악에 맞춰 고개와 손을 살살 움직이거나, 아기가 걸음마 떼듯 발을 움직인다.
그럼에도 얼굴은 흥겨움 가득이다. 처음엔 그분 앞에 서서 씩씩하고 신나게 춤추는 내가 참 미안했다. 내가 어깨가 걸려 주무르니까 “어깨가 아프냐?”며 오히려 나를 염려해준다. 참 긍정적이고 밝고 따스한 분이다.
Cardio란 단어가 궁금해 사전을 보니 Cardio는 ‘심장의’란 뜻의 그리스어 Kardia에서 유래, Cardiovascular(심혈관)의 줄임말이었다.
즉 카디오댄스는 재즈, 팝, 라틴등 다양하게 혼합 구성된 춤 장르의 하나로, 음악 비트에 맞춰 심장을 뛰게 하며 몸을 움직이도록 고안된 운동이었다. 요약하면 심장과 혈관을 강화하는 심혈관운동이자,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는 자연 유산소운동이었다.
스트레스 해소 삼아 즐기던 춤이 바로 내 몸에 특화된 심폐운동인 줄은 몰랐다. 정답 없다는 인생에서, 나만의 답을 찾는 여정에 만난 카디오댄스가 건강상으로 명징한 답의 하나였다니... 감사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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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숙/수필가>